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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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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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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을 늘리고, 잘 살게 한다.' 이건 우리 사회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진리로 통한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대부분의 정당의 정강에서도 '중산층 육성'은 마치 성역과도 같은 확고부동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통령 임기 안에 중산층 비중을 64%에서 70%로 올리겠다"고 공약했거니와 이 같은 중산층 육성론의 바탕에는 '견실한 중산층이 곧 부국(富國)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세제개편안이 이 중산층의 기준에 대한 논란을 새삼 불러일으켰다. 연 소득 3450만원 이상이면 중산층이라고 한 정부의 기준 설정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조건과는 너무 차이가 커서 많은 이들의 분노와 실소를 자아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산층의 삶'의 수준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나는 이 논란을 다른 측면에서 지켜봤다. 비록 그 발단은 정부의 무리한 강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이 일을 계기로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볼 계기가 됐으면 싶었다.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 혹은 중산층의 자격의 '표준형'은 언젠가 한 언론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즉 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며, 2000㏄ 이상급 중형차를 소유하고 예금액 잔고가 1억원 이상에 1년에 해외여행을 한 차례 이상 다녀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중산층의 기준은 철저하게 소득과 재산을 척도로 한 것인데, 이것이 우리에겐 자동연상과도 같이 매우 익숙한 정의다. 나는 이 같은 정의에 대해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뿐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건 너무 협소한 정의가 아닌가. '산(産)'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재화와 금전의 측면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라는 말속에 담긴 '바람직한 삶의 질과 조건'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삶이 아파트 평수와 통장 잔고로만 평가된다면, 우리 자신의 삶이 너무 왜소해지는 건 아닌가.


이 점에서야말로 우리는 '글로벌'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그토록 따르기를 소원해 마지않는 '선진 외국'에서 제시된 중산층의 기준은 삶의 질과 수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가령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이렇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와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비평지가 하나 이상은 있어야 할 것. 페어플레이를 할 것 등이다.


퐁피두 미술관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긴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70년대 '삶의 질(Qualite de Vie)'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는데, 그가 제시한 '삶의 질'은 곧 중산층의 기준이었다.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매우 '프랑스적인' 기준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을 얘기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은 '건전한 시민'의 기준과 자격에 다름 아니다. "도회지는 가옥으로 이뤄지지만 도시는 시민으로 이뤄진다(루소)"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가옥(아파트)'을 키워 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한 사회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중산층의 '중'이 경제적 기준에서의 중을 넘어서 한 사회의 진정한 중심(中心)으로서의 중, 사회의 책임 있는 중추(中樞)로서의 중, 단단한 중견(中堅)으로서의 중일 때 그 사회는 진짜 선진국이 될 듯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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