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허 침해 판정 대응책 이미 마련…삼성, 전투서는 졌지만 전쟁서는 이긴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긴다?
미국이 휘두른 2연속 특허 펀치에 잠시 주춤했던 삼성전자가 느긋하게 반격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미 국제무역위원회(ICT)까지 애플 손을 들어주면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비치지만 위축될 정도로 위기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부 언론이 ITC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가 잽을 맞았다'고 분석한 데 대해 '잽도 아닌 솜주먹'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ITC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최종 인정한데 대해 미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애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아이폰,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특허번호 678)를 무력화한 게 소득이라는 반응이다.
이번에 ITC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 4건 중 2건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삼성전자의 침해가 인정된 특허는 ▲휴리스틱스(특허번호 949) ▲이어폰에서 플러그 내 마이크를 인식하는 기능(특허번호 501)이다. 반면 애플이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꾼)으로 몰아세우면서 근거로 내세운 ▲중첩된 반투명 이미지(특허번호 922) ▲아이폰 전면 디자인(특허번호 678) 특허는 비침해 판정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ITC의 판정이 애플에 치우쳤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두 건의 비침해 판정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카피캣의 오명을 벗게 됐다"며 "이번 ITC 판정은 삼성에 잽조차 날리지 못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ITC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관측하고 있다. 이번에 수입 금지된 제품은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 2년 전 출시된 구형 제품으로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 삼성은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4 등 신제품 판매에 주력해온 만큼 손해볼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오는 10월께는 갤럭시노트 3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
특허 침해 판정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마련했다. 침해가 인정된 949 특허와 501 특허에 대한 우회 기술을 확보해 특허 침해 회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특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하다"며 "향후 문제가 될 소지를 완전히 없앴다"고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수입 금지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우회 기술을 적용해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을 계속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애플 구하기에 나선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도 삼성에 그리 나쁠 게 없는 판세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ITC의 아이폰 미국 수입 금지 권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지나친 자국 기업 보호라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행정부와 의회, 법원 등이 애플 구하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객관성을 잃었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며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삼성-애플 특허전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오바마 대통령이 ITC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지켜본 후 10월께 항고 여부를 결정한다.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삼성-애플 손해배상액 재산정 재판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올초 법원은 삼성의 손해배상액을 기존 10억5000만달러에서 5억9950만달러로 삭감했는데 이 재판에서 손해배상액 삭감이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미국 법원, 의회, 행정부가 애플 편을 드는 게 삼성에 뼈아팠겠지만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이라며 "미국의 편파 판정은 삼성에 잽도 안되는 반면 미국에는 이중잣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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