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인력·비용·시간 투입되는 표준특허는 헐값 취급받아…"IT 업계 기술 혁신 저해" 우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휴대폰 핵심특허는 0.0049달러 VS 둥근 모서리 직사각형 디자인 특허는 30달러'?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의 통신 표준특허 가치는 헐값에 취급되고 애플의 상용특허, 디자인특허 가치만 높게 평가받으면서 '주객이 전도된 이상한 재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법원이 삼성의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통신 업계의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은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 애플은 상용특허와 디자인특허를 주로 내세운다. 통신 표준특허는 휴대폰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상용특허는 '밀어서 잠금해제' '바운스 백' 특허 등 단순한 기능으로 우회기술을 적용해 회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며 디자인특허는 '둥근 모서리 직사각형' 등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원과 행정부는 개발 인력, 비용,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투입되는 삼성의 통신 표준특허는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특허)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특허로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아이폰 수입 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배심원도 지난해 8월 애플 상용특허, 디자인특허는 인정한 반면 삼성 통신특허를 1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 가치에 대한 평가에도 차이가 크다. 삼성과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통신 표준특허 로열티로 애플에 아이폰 가격의 2.4%(대당 15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대당 0.0049달러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애플은 디자인특허 24달러를 포함해 삼성에 대당 3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표준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통신 표준특허는 기술 개발까지 많은 연구 인력, 비용이 투입되고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까지는 3년여의 시간이 걸린다"며 "회사의 연구 역량을 쏟아 개발해 표준으로 인정받은 특허는 헐값에 취급되고 대체 가능한 단순 특허는 높게 평가받는다면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힘을 쏟지 않게 되고 결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기술 혁신도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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