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최근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이 늘면서 주식시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로존 등 주요국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총재들의 잇따른 양적완화 축소 관련 언급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양상이다.
9일 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변동성 속에 약세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좀 더 이어질 경우 지수관련 대형주 보다 중소형주 및 배당주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중국 관광객 증가에 따른 중·저가 화장품 및 의류 관련주에 대한 관심 역시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최근 중국 제조업 및 서비스 등의 경제지표들이 개선세를 나타내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중국 내수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국내증시 입장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관련주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사상 최대치인 53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는데, 국제 유가 하락 요인 외에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있다. 지난 6월 말, 한국으로 오는 전체 관광객은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전체 관광객 중 중국인 차지 비중이(38%) 급격히 증가해 일본인(19%) 비중을 상회했다. 향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구매력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 대비 9% 상승한 9161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한은 3분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크다. 2000년대 이후 월별 평균 중국인 관광객 차지 비중은 15.6%인데 3분기 평균은 17.2%다.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세 역시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 738만명으로 21%로 상승했다. 2010년(12.8%)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방한 중국인들의 1인당 소비 금액은 2317.5달러로 전체 외국인 평균 1491.8달러보다 크게 높고, 2008년 이후 꾸준히 지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주요 쇼핑 품목으로는 향수·화장품이 69%로 가장 높고, 의류(51%), 식료품(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쇼핑 장소는 명동, 동대문시장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시내면세점 및 백화점 순이었다. 방문지 및 쇼핑 선호도로 보았을 때, 국내증시 입장에서는 중·저가 화장품 및 의류 관련주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정인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6월 급락 후 7월에는 강하게 반등했지만 결국 120일 이동평균선의 저항을 넘지못하고 단기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횡보 과정에서 120일 이평선은 지지대로 작용하거나 이탈하면 바로 회복했는데, 이제는 저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매도세가 강해지는 시점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단기간에 120일 이평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중기적인 흐름이 하방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간 조정 과정에서 120일 이평선을 회복한다면 상승흐름이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정 폭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단기 조정을 통해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치고 120일 이평선 돌파에 성공하면 상승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00 수준까지도 상승 가능하다. 만약 단기 반등에 실패하거나 기간 조정 과정에서 120일 이평선 회복에 실패하면 월봉상 60개월 이평선 수준까지 조정폭이 확대될 수 있다. 업종별 지수도 대부분 저항대 도달해 있다.
화학 업종지수는 3950 수준의 저항에서 탄력이 둔화됐다. 이 가격대는 2011년 이후 중요한 지지 저항대로 작용한 가격대로 쉽게 돌파하기 어려운 저항대다. 운송장비 업종지수도 2550 수준의 저항대에 걸린 상황이다. 이 가격대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해 쉽게 돌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120주 이평선의 지지대에 도달해 반등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만약 120주 이평선을 이탈하면 다시 조정 폭을 확대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세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포르투갈은 2011년 4월 구제금융 개시 이후 구제금융 조건을 성실히 이행해온 국가다. 최근 긴축정책을 둘러싼 내부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재정절감 노력에 의해 국채금리는 안정화됐다. 포르투갈 국채금리는 지난해 1월 16%를 상회한 바 있고, 정치 불확실성이 제기된 올 7월에는 7.5%까지 상승했다. 최근 국채 10년물 금리는 6%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난 7월 국채 시장에서 6개월물 발행금리는 2011년 4월 5.5%대비 크게 개선된 1.05%를 기록했다.
최근 긴축정책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연정 붕괴 우려로까지 치달았다. 긴축정책을 추진해온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이 7월1일 사퇴를 표명했고, 이튿날 파울루 포르타스 외무장관이 사퇴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포르타스 외무장관은 국민당 당수로 국민당이 연립정부에서 이탈할 경우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연립정부는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었다.
카바코 실바 대통령은 7월21일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하고 현 연립정부를 국회 임기말인 2015년 6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혀 연정 해체 위험은 일단락 됐다. 7월21일 실바 대통령 담화발표를 살펴보면 2015년 6월까지 연정 유지, 구제금융 요건 재점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 진행으로 요약된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선언해 긴축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9월 예정된 이벤트는 포르투갈 지방정부 선거, 9월에 집중된 채권 상환액 61억유로 등이다. 지방선거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승리할 경우 구제금융 조건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구성원인 국민당 역시 최근 긴축정책에 회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9월 선거 이후 정치적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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