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올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대
시장조사기관은 대부분 '더딘 회복' 전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회복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올해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닥 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러야 내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공통된 의견 하나는 바닥을 통과해도 이후 자동차 판매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릴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집계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가입국인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 총 30개 유럽 국가의 지난해 승용차 판매 대수는 1252만대다
포드, 다임러, 푸조 시트로앵은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바닥 탈출을 기대하고 있다.
포드의 유럽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오델은 지난달 "아직 판매 반등을 예상하고 있는 게 아니지만 몇몇 좋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지금이 저점이거나 저점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초순 기대 이상의 올해 2·4분기 실적을 공개한 푸조 시트로앵의 장 밥티스트 드 샤티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상반기 저점을 지난 듯하다"고 밝혔다.
다임러도 지난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서유럽의 자동차 수요 감소는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서서히 개선될듯 하다"고 밝혔다.
반면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CEO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일러야 내년 혹은 2년 뒤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 그는 "좀더 냉정하게 말해 판매 감소 흐름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곤 CEO는 "오르기만 하는 실업률이 소비자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르노는 장기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내놓은 전망치를 보면 바닥 탈출은 아직 기대하기 힘들 듯싶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1260만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자동차 판매가 4% 늘어 131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IHS 오토모티브는 올해가 아닌 내년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점진적인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판매가 1210만대로 감소한 뒤 내년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해 오는 2020년 1480만대까지 확대되리라는 게 IHS의 판단이다.
IHS의 카를로스 다 실바 이사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회복 속도가 느릴 것"이라며 "회복 흐름이 2020년까지 이어지겠지만 2007년 수준에 근접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한계에 달했다"며 "고령화와 신규 운전자 수가 줄면서 '탈(脫)자동차화(de-motorization)'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회복이 2020년까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실업과 그에 따른 구매력 저하, 소비자 신뢰도 하락을 이유로 유럽 자동차 판매가 내년까지 감소한 뒤 2019년까지 저점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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