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SK 거액 횡령 사건과 관련해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씨가 체포되며 관심을 모았던 항소심 변론재개가 불발에 그쳤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최태원 SK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을 불허한다고 7일 밝혔다. 법정에서 최 회장 측 등이 주장을 펼칠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방대한 기록을 검토해 판결문을 쓰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초 9일로 예정된 선고는 다음달 13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재판부는 “김원홍의 체포 및 그에 따른 최 회장 측의 증인신청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지난달 말 김씨가 불법체류 혐의로 대만 당국에 체포된 소식이 전해지자 5일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그러자 법원 안팎에선 재판일정 변경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앞서 “재판진행과 관련해 특별히 검토한 바 없고 입장을 표명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해왔다.
선고가 연기됨에 따라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구속만기일이 지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의 구속만기일은 9월30일이다.
한편 SK 거액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은 지난달 31일 불법체류(이민법 위반) 혐의로 대만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우리 사법당국과 송환 절차 협의 중이다.
김 전 고문은 SK 회장 형제가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펀드로 출자한 돈을 선지급금 명목으로 넘겨받아 운용한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 재판 막바지에 이르자 “김원홍에 홀려 사기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거액 사기 혐의로 그를 고소한 바 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에 배당하고 대만으로부터 김씨 신병을 넘겨받는대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여억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1심보다 2년 많은 형량인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 김준홍 전 대표에게는 징역 4년, 장모 SK 전무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항소심 변론재개가 불발됨에 따라 그간 법정에서의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어떤 선고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원홍 전 고문의 국내 송환 여부에 따라 재판 일정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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