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재준 국정원 원장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에 참석한 남 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면서 국정원의 조직개편도 언급했다.
6일 국정원 안팎에서는 "남원장이 두 사안을 동시에 발언한 것은 정치적 논란을 끝내고 조직개편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정원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박근혜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지적한바 있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8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개혁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남원장은 작심발언을 통해 정치적 논쟁거리에서 일단 벗어나자는 의도로 판단된다.
남 원장은 국조특위에서 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사건을 언급하며 "정상적 대북 사이버 방어 심리전의 일환"이라면서 "일부 활동이 정치개입 오해를 유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해외정보역량 확충을 위한 조직 정비도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때문에 정치사찰 등의 논란이 돼왔던 국내정치 파트 업무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원세훈 전원장 당시 개편된 조직으로는 대북관련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것이다. 2009년 국정원장에 부임한 원원장은 해외분야담당 1차장, 국내분야 2차장, 북한분야 3차장, 지원분야로 분류됐던 조직을 분석 1차장, 수집 2차장, 과학정보 3차장으로 개편했다.
기존 3차장 산하였던 '대북전략국'은 폐지하고 북한정보를 분석하던 '북한국'은 1차장 아래로 옮겨 해외정보 분석업무와 통합했다. 대신 통신감청, 위성.항공사진 판독 등 과학정보업무가 3차장실로 갔다.
이때문에 북한 고위 관계자들의 동향 등 북한 내부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정찰업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도 사실상 붕괴했다는 것이 국정원 안팎의 지적이다. 국정원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사태, 지난 5월 김정은 방중오인 등 대북사건이 발생할때마다 대북 인적 정보망에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 원장의 조직개편은 1차장 산하에 북한정보를 분석하던 '북한국'이 해외정보업무와 분리돼 대폭 강화되고 3차장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차장의 경우 지난 대선때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단 장소로 지목된 역삼동 오피스텔의 거주자가 `국정원 3차장 소속 심리전단 직원'이라고 확인되는 등 국내정치에 대한 개입이 지나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정원장 내부 지시 사항 유출자가 지난 2월 파면된 중견급 직원 정모(49)씨임을 확인됨에 따라 내부보안 부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원장이 인사청문회때 언급한 부분에는 산업안보도 포함됐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산업스파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1년 국내외 기술유출 건수는 439건으로 2005년 207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국정원 통계에 따르면 산업기밀 유출의 주체 중 79%가 전·현직 직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카우트 등 이직 과정에서 핵심 정보를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2년 하이닉스 소속 핵심 인력 50여 명이 중국과 대만 등으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여기에 국내 무기기술개발이 발담함에 따라 국내 방산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안문제도 집중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군출신인 남 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포기 발언을 용납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이슈에서 벗어나 미뤄왔던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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