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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대출 장사'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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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담보대출 고객에 "이자 더 싸다" 유도…기간연장 땐 이자율 급등 폭리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몇 달 전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했던 김모(45)씨는 A증권사의 꼼수 영업에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그는 1개월 미만 돈을 빌릴 경우 이자율이 연 1.5%포인트 더 낮은 신용대출을 권유받았다. 이에 한 달 정도 써 볼 생각에 이율이 연 6.5%짜리인 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자금 융통이 여의치 않아 대출 기간이 석 달로 늘어났고, 대출이자율은 연 12%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이 적용된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연 8%. 그는 ‘잘못된 선택’으로 해당 증권사에 50만원 정도의 이자를 더 내야 했다. 김씨는 “증권사에서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신용대출 이자율이 크게 오른다는 사실을 고지하지도 않았다”며 “금융당국에 불완전판매 행위로 신고할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사들이 빚을 내는 주식투자자들을 신용대출로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단기간 이자율을 주식담보대출보다 낮게 설정해 이용하도록 한 뒤 대출 기간이 늘어나면 훨씬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수익을 내는 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38개 증권사 가운데 한 달 이내 대출기간 이자율을 주식담보대출보다 낮게 설정했다가 추후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곳은 12개사에 달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초 30일 연 6.5~7.5%가량인 신용대출 이자율을 30~60일, 61~90일 등 대출기간이 늘어나는 데 따라 연 12%까지 높였다. 이 증권사는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의 경우 대출기간에 상관없이 연 8%를 적용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에 연 8.5%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대신증권도 신용대출에는 최초 15일까지는 연 8.0%를 부과했다가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고 연 10%를 매기고 있다.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SK증권, NH농협증권, BS투자증권, BNG증권, KTB투자증권 등도 유사한 대출금리 구조를 띠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대출의 경우 대부분 주식투자에 할애되는데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출기간이 길어질수록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침체기에 마진 확보를 위한 증권사의 꼼수 영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대부분 증권사들이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대출기간 가장 이자율이 높은 구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소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1~15일은 7%, 16~30일은 8% 이자율을 적용하는 증권사에서 30일간 대출을 받을 경우 전체 30일간 8%의 이자를 부과하는 식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증권금융에서 신용거래융자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는 연 3% 초반 수준”이라며 “3%대 초반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10%가 넘는 이자를 부과하는 등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당국은 증권사 신용대출 이자율의 경우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만 신용대출 소급법 적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신용 및 주식담보대출을 포함한 신용공여가 1조442억원 늘어난 가운데 신용대출 증가분이 6856억원으로 70%에 육박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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