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2007년 이후 6년만에 '헤드윅' 복귀..최강의 티켓파워 입증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 돌아왔다. 2007년 이후 6년만이다. 대형 뮤지컬이 범람하는 올 여름 공연계에 상대적으로 작은 체급의 '헤드윅'은 어느 공연 못지않은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올 초 라인업 발표당시만 하더라도 조승우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예상 밖의 복병을 만났다"고 한 공연 관계자가 한숨을 쉴 정도다. 실제로 공연계가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헤드윅'은 '표 좀 구해달라'는 관객들의 성화에 시달린다.
공연이 시작되면 치렁치렁한 금발 가발을 쓰고, 반짝이는 짧은 바지를 입고, 얼굴엔 짙은 화장을 한 주인공 '헤드윅'이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오른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밴드 '앵그리 인치'를 소개한다. 자신이 왜 '헤드윅'이 되었는지, 밴드의 이름은 왜 '앵그리 인치'인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음악과 함께 두 시간 동안 늘어놓는다. "웃는게 쉬워, 우는게 쉬워?" 앞좌석에 앉은 관객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천연덕스럽게 남자 관객의 무릎 위에 앉아 놀기도 하면서 말이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렌스젠더다. '앵그리 인치'는 수술 실패 후 그 혹은 그녀의 몸에 남겨진 1인치의 살덩이를 말한다. 이 '성난 1인치'로 '헤드윅'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삶을 산다. 동독 출신의 '헤드윅'은 베를린 장벽이 여전히 건실하던 시절, 첫사랑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다. '자유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엄마의 말에 이끌려 성전환수술을 받은 것도 이 때다.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길거리 삶을 전전하던 헤드윅에게 다시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16세 소년 '토미'를 만나 그에게 헌신적으로 록 음악을 가르쳐주지만 돌아온 건 또 다시 배신뿐이다.
'헤드윅'은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기타리스트 스티븐 트래스크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첫 공연은 1998년 2월이었고, 대본을 쓴 미첼 감독이 직접 '헤드윅'을, 스티븐 트래스크가 이끌던 밴드 '치터스'가 앵그리 인치 밴드로 출연했다. 록음악과 모놀로그가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이 작품은 그야말로 공연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에 초연돼 올해가 7번째 시즌이다. 매회 전석 매진에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헤드윅'은 주무대를 대학로에서 강남으로 옮겨 이른바 '헤드윅 대중화'에 나섰다.
2005년 초연과 2006~2007년 시즌을 함께 했던 조승우는 명실공히 '헤드윅'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다시 돌아온 '조드윅'은 "대본을 수정해 놓고 나선 대본을 보지 않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시시때때로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고, 즉석에서 노래를 하는 등 한결 여유롭고, 무엇보다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헤드윅에 어울릴만한 화려한 의상도 손수 골랐다. "이제는 '헤드윅'을 한 명의 사람으로 보게 되고, 예전에 안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는 조승우의 고백답게, '헤드윅'의 상처와 외로움, 아픔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끝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 화해하는 '헤드윅'의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플라톤의 '향연' 속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를 빌려와 잃어버린 반쪽을 찾으려는 사랑 노래 'The Origin of Love'를 비롯해서 "내가 바로 베를린 장벽이야"라고 절규하는 'Tear me down', 관객과 함께 따라부르는 'Wig in a box' 등이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한다. (9월8일까지. 백암아트홀)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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