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촬영하던 사진기자가 마지막까지 셔터를 누르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집트의 보도사진가 아흐마드 사미르 앗샘(26)이 지난 8일 오전 시위대와 군부가 충돌하던 현장에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앗샘이 남긴 카메라 속 동영상에는 그를 향해 총을 겨누는 저격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이 공개한 이 동영상을 보면 앗샘은 당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던 저격수를 촬영중이었다. 건물 옥상 위에 있는 저격수가 담장 위로 상체를 드러낼 때마다 총이 발사됐고, 시위에 동참했던 시민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라졌던 저격수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이번엔 갑자기 몸을 돌려 앗샘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곧 카메라 화면은 꺼지고 만다.
앗샘이 속한 신문사의 편집장 아흐마드 아부 자이드 씨는 "오전 6시쯤 누군가 피로 뒤덮인 카메라를 가져와 우리 동료가 부상을 입었다고 알려줬다"며 "한 시간 후 앗샘이 사건 발생 지점 인근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다가 저격수가 쏜 총에 이마를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이드 씨는 "앗샘의 카메라가 이날의 사건을 처음부터 다 담고 있는 유일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 보건당국과 무슬림형제단에 따르면 이집트군은 이날 새벽 카이로의 공화국 수비대 본부 앞에서 무르시의 복귀를 요구하던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이로 인해 최소 42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무르시 지지 시위대는 군이 저격수까지 동원해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해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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