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사고 탈출 상황...착륙시 고도 평소보다 낮아·덜커덩 소리와 함께 기울어·승무원들 끝까지 대피 지원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6일(현지시간) 오전 11시27분. 꼬리날개가 떨어져 나간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 28번 활주로를 이탈해 불시착했다. 착륙 직후 2번의 충격으로 항공기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두 번째 충격으로 집칸에 있었던 짐이 머리위로 떨어졌고, 이내 비상 산소 마스크가 천장에서 내려왔다.
심하게 요동쳤던 비행기가 멈춰섰지만 천정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항공기 뒤편에서 불이 났다는 외침이 들려왔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기내방송과 함께 왼쪽 비상구 문이 열렸다.
이어 왼쪽 비상구 세 곳에 비상용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이윤혜 승무원을 포함한 운항 승무원들이 탑승객의 탈출을 돕기 시작했고 한쪽에서는 짐을 버리고 탈출하라는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사고기를 탈출한 사람은 황모(29)씨와 이모(31)씨 부부.
이코노미 앞좌석에 앉은 이들이 탈출할 때도 기내는 이미 연기가 가득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남자 승무원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 부부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이번에는 착륙시 고도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착륙 전 '덜커덩'소리가 나고 이상했으며 착륙시 한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부부는 이어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 있어서 튕겨나가지 않았다"며 "안전벨트를 풀고 있다가 튕겨 나간 사람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황씨 부부를 시작으로 승객들이 승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비상용 슬라이드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무너져 내린 물건에 몸이 끼었거나 허리, 다리를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승객들은 지원이 필요했다.
승객들이 절반쯤 빠져 나갔을 무렵,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공항 소방대도 연기가 자욱한 비행기에 뛰어들었다. 크리스틴 에먼스 소방위 등 소방대원들은 유일한 통로인 슬라이드를 타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섰다. 좌석에 끼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남성과 다리가 부러진 여성을 발견, 아수라장이 된 기내 장애물을 해치고 구출을 도왔다. 날개에서 연료가 끓어오르기 시작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소방대원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탑승객들을 모두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90초의 탈출. 이윤혜 최선임승무원을 포함한 유태식, 김지연, 이진희, 한우리 승무원 등 5명은 마지막까지 탑승객의 탈출을 도왔다. 그들은 항공기기가 화염에 휩싸이기 직전까지 남아 크게 다친 탑승객들의 비상탈출을 도왔다. 김지연 선임승무원은 다리를 심하게 다친 5학년 어린이를 업고 500m를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탈출에 성공한 탑승객들은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현장 구급요원들의 안내에 따랐다. 비교적 경상인 탑승객은 활주로 옆 안전지대에 털썩 주저앉았고, 머리와 다리를 심하게 다친 탑승객은 대기 중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두가 기적이었다. 탑승객과 승무원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을 도운 소방대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윤혜 승무원은 "일부 승무원들이 먼저 내려 탈출한 손님들을 보살피게 돼 있는데, 후배들이 본인이 탈출시킨 탑승객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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