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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황에도 '1억 침대' 매장 붐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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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침대 해스텐스 압구정 매장을 가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킹 사이즈 침대 보러 왔어요. 가격이 어느 정도 됩니까?"
"예, 5000~6000 정도 보시면 됩니다."
"여기 아기 침대는 얼마에요?"


웬만한 침대는 5000만원을 넘는다. 국내 최고가의 명품 침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압구정 해스텐스 본점을 5일 찾았다. 침대 가격이 1000만원대부터 1억원대까지인 프리미엄 중의 프리미엄이다. 금요일 오후 3시, 웬만한 가게는 파리를 날리고 있을 시간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스텐스는 데이비드 베컴, 안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사용하는 스웨덴 침대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다. 가장 비싼 침대 '비비더스'의 경우 1억3800만원으로 웬만한 외제차 한 대 값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양평과 서울 곳곳에서 왔다는 손님 3명이 점장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제품이 고가인 만큼 여러 번 누워 보고 몸에 맞는 침대를 고르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2~3번 방문하는 것은 기본. 한 60대 남성 고객은 "죽을 때까지 써야 하는 침대라 신중하게 고르려 한다"며 "10번 이상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점원은 20번이나 방문한 고객도 있다며 '이 정도는 약과'라고 말했다.

[르포]불황에도 '1억 침대' 매장 붐비네 해스텐스의 '1억 침대' 비비더스. 안젤리나 졸리와 데이비드 베컴이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들이 비비더스 구매를 상담 중인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해스텐스 측은 고객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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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을 위해 손님 3명이 상담받는 사진을 촬영하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고가의 제품인 만큼 구매고객들은 자신의 신변보장에 민감하다. 구매 후 제출하는 고객카드에 주소를 적는 것을 꺼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비밀유지'는 해스텐스의 기본 모토다. 매출 역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신수미 해스텐스 점장은 "본사 기준 매출만 발표하며 각 매장별 매출은 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지난 2011년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가구시장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1위 업체인 한샘이 가격 파괴 정책으로 매출을 늘려 나가고 있지만 2위 이하 업체들은 매출이 10~20%씩 줄었다. 에이스침대도 지난해 매출이 역성장했다. 논현동 가구거리의 명품가구업체들도 매출이 줄기는 매한가지. 이런 상황에서도 수천만원대의 명품 침대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신 점장은 "힐링 코드가 급부상하면서 단순히 자는 것뿐만이 아닌 좋은 수면의 가치가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침대에 누워 본 고객들의 말을 들어 보자 칭찬이 쏟아졌다. 양평서 왔다는 한 60대 고객은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편안하다"며 "오늘은 상담만 하고 가지만, 돈만 있다면 주저않고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5000만원대 침대를 계약한 60대 여성고객은 "가격부담은 크지만 직접 누워보니 돈 값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곳의 침대들은 대부분 주문형으로, 제작과 운반에만 1달 반~3개월이 걸린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신 팀장은 "이 정도면 빠른 것"이라고 응수했다. 해스텐스의 모든 침대는 배편이 아닌 비행기를 타고 운송되기 때문. 고가의 비밀은 운송 비용에도 숨겨져 있었다. 화물선을 타고 오는 수입가구들의 운송비용이 100만원대라면 해스텐스는 그 두 배다. 거기에 세금까지 합해 가격이 다소 '세게' 책정됐다고 신 팀장은 귀띔했다.


1억 침대가 얼마나 좋은지 느껴보기 위해 2층의 체험장을 찾아 침대에 누워 봤다. 국내 가구들보다 폭신하고 몸이 감싸이는 느낌은 받았지만, 수천만원대의 가격을 감수하고 살 만한 침대인지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내려오면서 실제로 1억 침대를 산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1년에 1개씩, 총 2개가 팔렸다. 1억 침대를 사러 왔다가 조금 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계약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것. 지난해 10월께 1억 침대를 사 간 고객은 40대의 부부로 타워팰리스 거주자다. 올해는 아직 구매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성수기인 겨울에 손님이 몰리는 만큼 구매자가 나올 것이라고 신 팀장은 내다봤다.


좀 더 물어보려는데 이번에는 50대의 부부가 들어와 익숙한 듯 침대 가격을 물었다. 수천만원대의 가격에도 놀라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점포를 나서려는데 문가에 걸린 '특가판매'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자금 여유가 부족한 20대 고객들까지 포섭하려 기간 한정 판매로 출시했다는 그 침대의 가격은 1852만원이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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