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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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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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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우리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죠. 개를 쏘아 죽인 사람이 틀림없이 우리 아버지일거라고....”
여자는 눈을 깔고 커피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해요.”
여자는 눈을 들어 하림 쪽을 쳐다보았다. 마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떠보기라도 하는 표정이었다. 하림은 잠자코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듣고 있을 테니 계속 말씀해보시라는 투였다. 여자는 가볍게 한숨을 한번 짓고 나서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요. 솔직히 말씀 드리죠. 우리 아버지가 주보 할머니, 아침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그 할머니 있잖아요, 그 할머니네 누렁이들을 죽이겠다고 소리를 친 건 사실이예요. 어쩌면 혐박으로 들릴 수도 있었겠죠. 사실 우리 아버지는 개를 별루 좋아하시진 않거든요. 여기 와서도 우리 집엔 우리 개조차 한 마리도 기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남의 집 개가 울타리를 넘어 와서 난리를 피우고 가는 걸 참고 견디라니 그게 쉬운 일이었겠어요? 아버지랑 주보 할머니 사이에 그 일 땜에 몇 번 언성이 높아졌죠. 더구나 주보 할머니 누렁이들은 크기가 작은 송아지만한 데다가 온 동네를 자기 안방처럼 돌아다니면서 활개를 치는데도 조금도 미안해하거나 제어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우리집 잔디밭에 들어와 실례를 하고 가는 일도 예사였고..... 아버지는 걔들이 남기고 간 배설물을 치우시며 이를 갈곤 하셨죠. 아버지가 얼마나 정성스럽게 가꾸셨는지 모를 잔디밭이었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때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예요.”

주보 할머니란 바로 윤여사 고모할머니를 말하는 것일 터였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 사이엔 이미 철천지 원수 같은 금이 그어져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번 윤여사 고모할머니, 주보 할머니가 왔을 때도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이 이층집 여자를 가리켜 ‘백야시’ 라고까지 부르지 않았던가.
그 ‘백야시’ 가 계속해서 말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죠. 아침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세상에! 우리 집 대문 옆 울타리 밖에 바로 그 누렁이 두 마리가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총을 맞았는지 한 마리는 머리가 깨져 있었고, 한 마리는 가슴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죠. 정말 끔찍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마치 그 광경이 지금 자기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자는 진저리를 쳤다. 하림 역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사람들은 곧 개를 쏜 범인으로 우리 아버지를 지목했죠.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아버지가 평소에도 엽총을 가지고 다닌다는 걸 동네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영감님께서 엽총을....?”
순간 하림이 여자를 쏘아보며 낚아 채듯이 되물었다. 그렇다는 이야길 윤여사나 소연이로부터 들은 것도 같았지만 새삼 확인을 해둘 필요가 있는 사항 같았기 때문이다.

“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세로 가지고 다니는 것 뿐이었어요. 이런 골짜기에 살다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넓은 이층집엔 아버지와 나, 늙은이와 여자 둘 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엽총은 일종의 호신용이자 엄포용이었던 셈이죠.”
“호신용이자 엄포용이라....”
하림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처럼 가만히 혼자 되뇌었다.
“어쨌거나 가짜는 아니었단 말이군요.”
이윽고 하림이 말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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