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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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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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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많이 불죠?”
어색한 분위기를 깨어보기라도 할 양, 하림이 쓸모없는 질문을 던졌다.
“예. 여긴 골짜기를 끼고 있어 그런지 바람이 많네요.”
이층집 여자가 대답했다. 여전히 긴장된 어투였다. 하긴 남자 혼자 있는 집에 들어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면 저수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랑은 많이 달랐다. 처음엔 무척 자만심도 많고 신경질적인 여자로 느꼈는데 막상 가까이 마주 앉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윤여사 말처럼 사납기는커녕 평범한 삼십대 후반의 여느 여자랑 다름이 없어 보였다. 다만 지성 있는 사람의 특유의 조심스러움 같은 게 몸에 배여 있을 뿐이었다.
“차 한 잔 드릴까요?”
하림이 말했다.

“예.”
“어쩌죠? 봉지 커피 밖에 없는데....”
“괜찮아요.”
여자가 말했다. 하림이 렌지에 물을 올리고 커피 봉지를 뜯었다.
그러면서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자기 혼자 먹을 줄 알고 싸왔는데, 벌써 손님 접대로 나간 게 여러 번이었다. 이장 운학이, 수도 고치러온 사내, 그리고 하소연이, 그리고 이번엔 이층집 여자까지.... 봉지 커피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바람 소리에 또다시 양철지붕이 덜컹거렸다.
“저어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커피를 타서 탁자 위에 놓고 하림이 마주 앉자 여자가 조심스런 어투로 말을 꺼내었다.
“뭘요.....?”
하림은 짐작되는 바가 있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양 말을 흐리며 여자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제 총소리 들었다고 하셨죠?”
“아, 예.....”
그럴 줄 알았지만 하림은 새삼 당황한 듯이 대답했다.
“그럼, 누가 그랬는지도 알고 있겠군요.”
여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하림의 표정을 살폈다. 말씨는 조심스러웠지만 눈매는 고양이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치 강도 피의자를 앞에 둔 형사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아, 글쎄.... 그게.....”
하림은 자기도 모르게 말끝을 다시 흐리며 우물거렸다. 그러면서 갑자기 여자의 심문에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부쩍 일어났다.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지금 자기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면 자기에게든지,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었다.

“말하기 곤란하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도 대충 짐작이 가는 데가 있으니까.”
그런 하림의 속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듯이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한번 지은 다음,
“우리 지난 번 저수지 둑길에서 한번 본 적이 있죠?”
하고 말했다. 하림은 그렇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엔, 정말이지..... 고마웠어요.”
여자는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하림은 커피잔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어느새 대화의 주도권이 여자에게 넘어가 있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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