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이번주 들어 반등 탄력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후반 급반등에 따른 숨고르기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다시 방향을 꺾어 아래로 향하는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전날 코스피 종가(1855)는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1850)와 유사하다. 3일 시장 전문가들은 극대화됐던 미국 유동성 급변 우려가 진정되는 흐름 속에서 기술적 반등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FOMC 이후 극대화됐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진정되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는 평가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이나 중국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민감하게 반응하던 금리나 환율 등 관련 금융 지표들의 변동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 시장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는 경감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신흥 아시아지역 외국인들의 매도세 역시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ISM제조업 지수는 예상치와 기준선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고용 지수는 기준선 아래로 후퇴하는 모습을 나타내 고용 시장의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도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를 경감시키는 소재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2년간 실적 전망치와 확정치의 괴리만큼 현재 실적 전망치를 디스카운트 하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9%대의 이익 신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주가가 지난해 말 대비 7%이상 조정 받은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부진한 실적 시즌이 가격 측면에서 조정을 유발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
추가적인 반등 시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최근 몇 주 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감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에 대한 우려는 존재 하지만 부진한 실적 시즌이 가격 조정을 유발할 개연성은 낮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급락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전일 종가는 1855.02다. 지수만 놓고 본다면 지난달 20일 종가(1850.49)와 비슷하다. 19일(미국 현지시각)에 열렸던 FOMC 결과를 확인한 직후 수준이다. 그간 복합적이었던 지수 조정 변수 가운데 FOMC 이후 극대화됐던 미국 유동성 급변 우려를 되돌린 결과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진정됐다. 지난달 말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 매물이 종료된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4거래일 중 3거래일간 외국인들은 국내증시를 순매수했다. 절대 매도액 감소도 뚜렷하다. 월요일에 집계된 외국인 절대 매도액은 1조원이었고 전일은 9300억원이었다. FOMC 직후였던 지난달 21일의 절대 매도액(2조1000억원)과 비교할 때 절반 이하다. 참고로 지난 6월 한 달간 외국인투자자 일평균 절대 매도액은 1조5000억원이었으며, 뱅가드 이슈가 지속된 1월부터 6월까지 일평균 절대 매도액은 1조2000억원이다.
만약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 변화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6월 이후 기간별 매매 패턴 비교가 타당해 보인다. 지난달 FOMC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확대된 종목들 가운데 최근 순매수로 전환한 종목들이 그 예다. 코스피100 구성 종목 가운데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은 현대차, 현대위아, 신한지주, LG생활건강, 효성, 제일모직,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삼성카드, 한화 등이다.
코스피가 패닉 국면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V자 반등까지 기대하기는 만만치 않다.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 발표를 확인하고 대응하려는 심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수급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에 대해서는 기대 요인이 함께 커지고 있다. FOMC 이후 고조됐던 미국발 유동성 회수 우려가 잦아들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절대 매도액은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이미 하향된 실적 추정과 주가 선반영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낮아졌다.
기술적 반등이라는 기본 시각을 유지하되, 외국인 매매 스탠스가 변화한 대형주들과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타당해 보인다.
◆박중섭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6월 FOMC 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투자자들은 1994년 있었던 '그린스펀 쇼크'를 떠올렸다. 수년간 이어져 오던 금융완화기조가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자산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1994년 2월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미국은 주택대부조합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수년간 기준금리 인하 및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지됐던 금융완화 기조(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가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1994년의 악몽을 불러낸 것이다.
1994년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온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았다. 금리 인상 기조는 1994년 2월을 시작으로 다음해 2월까지 지속됐지만 미국과 한국의 주가는 2개월 가량의 조정 후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연간 수익률 기준으로도 한국은 1994년 18%의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이미 뚜렷한 회복기 접어들었고, 세계 경제 역시 성장률을 꾸준히 높여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 긴축이 주가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긴축이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바탕으로 한다면 긴축 자체가 주가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남미 국가들에 유입됐던 자금의 이탈을 가져오면서 남미의 외환위기로 확산됐지만, 이는 해외자본의 이탈보다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환율제도에 크게 기인했다. 대부분 자율변동환율제도를 취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시 남미에서와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1994년 연준의 출구전략 방식도 다르다. 당시는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충격을 줬지만, 지금은 미리 조건과 시기를 언급함으로써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1994년 그린스펀의 방식과는 다르다. 또 당장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출구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유동성 공급 규모를 서서히 줄여 나가는 방식(tapering)을 예고했다. 유동성의 공급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은 시중의 유동성 자체를 줄이는 방식과는 구분돼야한다.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증가하지 않는 한, 실업률이 6.5% 미만이 될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FOMC 성명서와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보는 적정금리는 내년 년말까지 0~0.25%(현재수준)이다. 현재로써는 2015년은 돼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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