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178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5거래일째 속절없이 이어진 급락세에 지수는 추가로 100포인트 이상 빠졌다. 삼성전자의 성장둔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시기 특정에 이어 중국까지 성장둔화 및 자금경색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어서다.
26일 시장 전문가들은 막연한 불안감보다 냉정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양호한 부채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미국 국채수익률의 오버슈팅으로 속도 조절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역시 과도한 우려에서는 벗어날 것이라는 평가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지난 이틀간 한국증시의 변동폭을 확대시킨 주범은 중국이었다.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가 중국증시의 낙폭이 확대되면 코스피의 낙폭이 커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 급락은 중국 은행간 자금시장의 금리 급등에 의해 초래됐다. 은행간 시장에서 거래되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epo) 금리는 지난 20일 11%를 기록한 이후 24일 7.3%까지 떨어졌으나 25일 다시 7.6%를 기록해 자금경색에 대한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은행간 자금시장의 금리급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과거와 달리 인민은행은 적극적인 개입 보다는 상업은행의 자발적 유동성 관리를 강조하면서 금리급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금리급등을 보는 시각도 구조적 문제보다는 계절적 요인(사업소득세의 과세 집중, 환율 변동과 단오절 연휴에 따른 현금수요 급증)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는 구조적 문제와 단기 변동요인으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지금은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다 보니 구조적 요인(실물과 유동성의 괴리)과 단기 요인(은행간시장 자금경색)이 혼재돼 있다.
단기요인은 6월 말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25일 저녁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공개시장조작과 단기유동성조작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의 비정상적인 변동을 막겠다며 이전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구조적 문제는 통화팽창이 실물경기로 전달되는 통로가 왜곡돼 있다는데 있다. 여기에는 지방정부 채무, 그림자금융 문제가 걸려있다. 단기요인이 진정되더라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정부와 인민은행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의 선택한 방향성은 옳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금융의 실물지원 기능은 더 약화될 위험이 있다.
다만 좀 더 중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신탁대출, 그림자금융을 규제하는 대신 실물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더 확장될 가능성은 높다. 2009년 하반기 신용규제 국면에서도 실물경기와 관련이 높은 중장기 은행대출을 더 늘리면서 경기회복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인프라 등 투자와 관련된 중장기 대출 증가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하필 중국이 문제에 중심에 서 버린 상황: 돈이 없거나 은행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 중국 증시의 급락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보(Shibor)금리(상하이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의 급등과 연결된다 . 최근 1개월 물 Shibor금리(현재 8.5%, 5월말 4.0%)가 빠른 속도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4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는 경상수지도 꾸준히 흑자를 유지 중이다. 중국 은행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금액 비중)은 68% 정도 수준이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6.3%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를 상회하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늘어난 유동성이 효율적인 부문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010년 이후 시중은행의 부문별 대출증가 추이를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대출은 2010년 1분기 대비 34%가 증가한 반면 부동산과 모기지(주택담보) 대출은 각각 59%와 64%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증가율 기록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철강산업의 경우 2010년 1분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42%에 육박했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 같은 기간 대출증가율이 37%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국 은행들은 담보능력이 우수한 국영기업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지만, 담보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대출을 꺼리는 관행이 고착돼 있어 중소기업은 그림자 금융(은행의 부외활동, 비은행권 및 제도권 이외의 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융자총량은 지난해 5월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다. 반면 은행대출 증가 속도는 확연히 둔화됐다. 그림자 금융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자 금융의 문제점 중 하나는 고금리라는 점이다.
중국이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은 낮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정책 발표 기대감이 확산될 것이다. 2012년 5월 1개월 Shibor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던 국면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역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을 선택했고, 이후 Shibor 금리는 하락 안정화됐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지수 급락의 발단은 결국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 와중에 5월 공개된 4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양적완화(QE) 축소를 지지하는 위원 수가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과 QE 기대치에 대한 하락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6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QE 연내 축소 가능성을 언급함과 동시에 중국 은행 자금 경색 문제가 불거졌다. 결정타였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중국 관련 이슈는 경제 성장률 하향, 유동성 경색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성장률 하향은 향후 중국 경기 지표를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선행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동성 경색은 전일 중국 국무원에서 은행감독회에 통화결핍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해소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QE 연내 축소 가능성을 무엇으로 측정 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대처할까.
한 가지 지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출구전략 스트레스 지수다. 신한금융투자가 개발한 출구전략 스트레스 지수는 Fed의 2년 후 기대 오버나이트 금리와 현재 오버나이트 금리 차다. 즉, 향후 Fed의 정책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치다. 2년 후 정책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동 지표는 5월 QE 축소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QE 축소 우려, 더 나아가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셈이다. 향후 신한금융투자는 이 지표가 상승세를 멈추는 시점이 QE 축소 우려가 악재로서 역할을 끝내가는 시점이라 판단한다. 최근 지표는 반락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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