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버냉키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뒤덮었다. 전날 코스피는 2% 급락하며 185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이뤄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표 영향에 이틀연속 급락했다.
21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장의 과도한 우려로 공포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기 변동성은 감안해야한다는 평가다. 업종별로는 과거 외국인 순매도-기관 순매수가 이어졌던 시기 기관이 관심을 보였던,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업종 및 경기 방어적 성격인 통신, 유틸리티, 보험 등의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마치 양적완화(QE) 종료가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Fed 출구 전략은 만기증권 재투자 종료와 금리인상부터 시작된다. 2011년 6월 FOMC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QE 축소나 종료는 출구 전략의 시작이 아니다. 가장 간단한 반례로 QE1, QE2가 종료됐지만 출구에 서 본적이 없다.
버냉키 의장도 연설문에서 언급했듯이 출구 전략은 매우 긴 이야기다. 우리는 여기서 버냉키 의장의 소소한 금융 시장에 대한 배려도 확인 가능하다. 출구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기존의 출구 전략이라는 표현을 정책의 정상화 전략(Strategy for nomalizing policy)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지금의 화두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버냉키 의장이 출구 전략이라고 표현한 적도 없는데 왜 한국에서만 유독 QE 축소를 출구 전략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작 출구 전략의 실질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 부분을 살펴보자. 연설문에는 현재의 초저금리는 실업률 6.5% 위에서 유지된다고 밝혔다. 실업률 6.5%는 곧 금리 인상'은 가능한 답안지 중 하나지 유일한 답안은 아니다. 이 부분은 오히려 Fed의 초저금리 기조가 경제 환경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진다 해도 더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두들 간과한 문장인 듯하나 시장에 매우 우호적인 발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들 통화 정책의 정상화 과정이 상당한 기간을 두고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가계와 기업의 적응력을 주기 위함이다. 구구절절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다. 시장과 소통하려는 버냉키 의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요약하면 이렇다. "자산 매입 축소가 Fed 자산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고 만기 증권에 대한 재투자는 지속된다. 그리고 자산 매입이 종료된다 해도 초저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된다." 이걸 다시 한 문장으로 고치면 이렇다. "QE 축소해도 유동성 공급은 지속되고 QE 종료해도 출구는 멀었다." 출구까지는 아직 최소한 2년이나 남았다고 본다. 미국 실업률은 6.5%는 커녕 7% 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참 남은 길에서 보이지도 않는 출구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출구에 대한 걱정은 내년 하반기에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코스피의 반등을 기대한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전일 국내 증시의 하릭 원인 중 한가지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연 내 QE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이다. 버냉키 의장은 적어도 QE 규모 축소 시점에 대한 시그널을 줌으로써 금융시장이 불필요한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시켜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과 연준의 자산 매입 속도가 둔화되는 것이 실질적인 유동성의 축소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일 FOMC 결과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위험지표 추이는 QE 중단 당시 이상 수준으로 상승해 있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QE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전일 중국 HSBC PMI지수(속보치)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역시 국내증시의 급락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국내 경기와 중국 경기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경제 지표에 대한 관심도 및 민감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당분간 중국 실물 지표들의 발표예정이 없고, 부진하게 발표된 PMI 또한 이번달에 선행적으로 발표된 실물 지표들의 부진을 반영한 측면이 있어,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추가적인 악재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증시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으로 내몬 변수들에 대한 1차적인 반영은 전일 마무리 된 상황이다.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저점 확인 과정 이후 반등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김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아시아 신흥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국내증시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지수 역시 크게 하락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순매도 할 때 기관투자자는 순매수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 외국인의 자금 이탈의 경우에도 지수의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기관투자자는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외국인 순매도와 기관 순매수 구간에서 기관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매수했고 업종별로 살펴보면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업종을 비롯해 경기 방어적 성격인 통신, 유틸리티 및 보험과 내수 섹터를 주로 매수해왔다.
앞으로 추가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이익추정치 역시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기관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스피100 종목 중 최근 하락시 낙폭과대를 바탕으로 이익과 밸류에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스코어링해 종목을 스크리닝 한 결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GS, NHN, 한라비스테온공조 등이 선별됐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