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은행업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의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3배로 바닥을 쳤던 2011년 10월 4.9에 근접해 있다. 공상은행의 밸류에이션은 시총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웰스파고 11배의 절반 수준이다.
공상은행을 비롯한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의 PER은 평균 5.2배로 이 역시 2007년 말 19배에서 크게 낮아진 상황. 미국 3대은행의 PER이 2007년 12에서 올해 10으로 소폭 하락하는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은행권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중국 은행권에 자금경색 경고등이 켜졌던 지난달 20일 전후에 더 가팔라졌다. 투자자들은 자금경색 우려에 중국 은행주 투자를 꺼렸다.
중국 4대 은행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홍콩 주식시장에서 평균 12%나 떨어졌다. 홍콩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항셍지수의 낙폭 7.1% 보다 크다. 같은 기간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한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에서는 4대 은행의 주가가 평균 9% 떨어졌다.
소피아 장 렐리게어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중국 은행업종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은행업종에 대해 조심스러웠던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좀 더 조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워너 산포드 C. 번스테인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권의 황금기는 종료됐다"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은행권이 더 많은 규제들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권 대출 규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상업은행들의 부실대출 규모는 올해 1·4분기(1~3월)까지 6 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는 9년 만에 가장 긴 증가세다. 1분기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한 5265억위안을 기록했으며 전체 대출의 0.9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장부 외 거래까지 합치면 부실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는 '저리(低利) 대출'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중국 대형 은행들이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파장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 홍콩지사의 메이 얀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당장 은행 간 금리 상승에 제동이 걸렸지만, 은행들이 서로 대출을 해주는 것을 꺼려하면서 하반기에는 은행 간 자금조달 비용이 상반기 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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