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주일전 프랜차이즈 기업인 A씨를 만났다. 그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운영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며 성공신화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같은 명성과 달리 중장기 사업계획을 묻자 머뭇거렸다. 새로운 업종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간단히 할 뿐이었다.
이틀 후 만난 B프랜차이즈 관계자 역시 비슷했다. 가맹점수를 묻자 "1800여개 정도이긴 한데…"며 말끝을 흐렸다. 1800개의 숫자에 놀라 "예상외로 많다"고 하니 "공개하면 안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2일 일명 '프랜차이즈 법안'으로 불리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 분위기를 묻고자 이들에게 다시 연락했다. 약속이나 한듯 이들은 "프랜차이즈 업체 88%가 외식업 기준 매출 200억원, 상시 근로자 200인 이하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은 '을'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갑' 중에서도 '갑'인 '슈퍼 갑'으로 분류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가맹점주를 보호하겠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가맹법 개정법이 가맹본부를 '갑'으로만 몰아붙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가맹본부가 예비창업자에게 예상매출액을 제공하라는 조항만 하더라도 매출이 '예상 범위'를 벗어난 점포들이 향후 본사를 대상으로 '허위과장 광고'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해 심각한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가맹 본부의 횡포에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가맹점주들을 보면 이들의 주장은 '슈퍼 갑'의 엄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맹법 개정안에 대한 이같은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프랜차이즈 기업 대다수는 영세한 자영업자인 '을'로 시작해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 동네 가게를 기업으로 키워 '갑'으로 분류된 자수성가형이다. 그런 이들을 일률적으로 '슈퍼 갑'으로 분류해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펼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중소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잦은 소송에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서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프랜차이즈 산업은 소송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갑을논리에 좌지우지 돼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일률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갑을'이 상생할 수 있는 개정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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