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인민은행이 '돈 가뭄' 우려 진화에 직접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용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돈 줄을 죄려 했던 인민은행의 고민은 깊어졌다.
인민은행은 25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이례적으로 자금경색을 겪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시장이 필요로 하면 인민은행이 개입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단기적이고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해소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추가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최근 은행 간 단기금리가 급등한 이후 일부 금융기관들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강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의 '반전'..급한 불 끄기 =은행간 단기금리가 평소 보다 세 배나 급등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뒷짐만 쥐고 함구하던 인민은행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인민은행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경고하며 은행들이 스스로 유동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중소 은행들이 인민은행에 자금 수혈을 요청했지만 인민은행은 오히려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더 회수하는 강한 의지까지 보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인민은행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자금경색 우려에 대한 민감한 시장의 반응과 부작용을 부담스러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만들듯 중국에서는 자금경색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은행간 시장 금리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중국 콜금리는 6월 초 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20일에는 1일물 레포금리가 25%까지 치솟았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2월 대비 20% 이상 빠지는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고, 자금경색이 중국 경제 연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세계 주식시장도 출렁거렸다.
인민은행은 은행들이 자금경색을 겪고 나면 유동성 관리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오히려 중국 은행들은 고수익 자산관리상품을 무더기로 출시해 만기가 닥친 기존 상품의 지급에 충당하는 방법으로 자금경색에 대처했다. 중국 시장 조사업체 CN베네핏에 따르면 지난주 자금경색이 절정에 도달 했을 때 은행권의 자산관리상품 판매량은 18%나 급증했다.
◆인민은행 '좌불안석'=인민은행은 자금경색 해결을 위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인민은행이 중국 금융시장 분위기를 더 악화시켰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왜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은행 간 금리를 25% 수준까지 급등케 했는지에 대해 해명 하지 않았다. 또 재무상태가 건전한 은행들이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경우 돕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억제로 '그림자금융'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나, 그 방법과 과정이 너무 빠르고 갑작스럽게 진행됐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에 처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외환관리국투자공사(SAFE)에 재직했었던 펑준밍(彭俊明) 엠파이어캐피탈 대표는 "인민은행이 문제 해결을 잘 못하고 있다"면서 "은행은 신용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 간 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법 대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경색 완화는 '글쎄'=인민은행의 지원사격으로 은행간 금리는 일단 급등세를 멈췄다. 중국의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인 7일물 레포금리는 전날 기준 5.83%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평소 2~3% 수준 보다는 높다.
UBS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중국 은행들의 돈 가뭄이 7월 중순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달 말 반기결산을 앞두고 은행들의 유동성 수요가 몰릴 수 있고 중국 정부가 그림자금융 통제와 신용팽창 억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도 미세조정을 통해 최악의 자금경색은 막겠다는 생각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칼럼을 통해 "중국 정부당국은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중앙은행은 은행과 주식시장이 울면 젖을 주는 유모가 아니다"라면서 "경제 체질 및 구조 개선을 위해 유동성 공급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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