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코스콤 기관장 등 후임 인선절차 중단
증시 위기감 고조되는데 시장 회복조치 손놔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김유리 기자]전황은 나쁜데 이를 타개해 나갈 장수가 없다. 지속되는 거래가뭄에 지수마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업계가 최근에는 수장마저 잃은 모양새다. 증시 인프라인 한국거래소(KRX) 이사장과 증시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콤 사장의 공석 상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는 김봉수 전 이사장이 지난달 27일 사퇴의사 표명에 이어 이달 13일 퇴임한 이후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사퇴 시기는 후임 이사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직후였다. 김 전 이사장으로서는 경영지원본부장(부이사장) 선임을 마무리하고 후임 이사장 인선도 본격화됐으니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때만 해도 후임 이사장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5일까지 3명의 후보를 추린 후 다음달 3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인선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지난 18일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인선 잠정중단 발표로 전면 중단됐다. 20일 정도만 대행체제로 갈 것 같던 거래소 경영은 청와대의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책임을 지고 정책을 집행할 이사장의 부재로 자본시장 선진화와 해외거래소와 경쟁,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공공기관 해제 등 거래소의 해묵은 과제들도 보류될 수밖에 없게 됐다.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거래가뭄과 최근 외국인의 이탈로 인한 지수 급락 등에 대한 적극적 대처도 어려워졌다.
김 이사장의 사퇴의사 표명 이후 증시의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코스콤 사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은 지난 3일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코스콤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차기 사장을 공모할 계획이었지만 역시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인선 중단 발표에 후속 발표만 속절없이 기다려야 할 처지다.
여의도 증권가 공공기관장들의 거취는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부가 장관 인사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몇 달간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MB정부 인사'라는 딱지가 붙은 기관장들의 교체는 시기가 문제이지 기정사실이었다. 레임덕은 이미 연초부터 시작됐던 셈이다.
정치 논리에 의해 공공기관장들의 인사가 지연되는 사이에도 증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외국인들은 앞다퉈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고,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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