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양보없는 비난, 미래부는 '팔짱만'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이동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주파수 할당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이통3사의 날선 대치 속에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경매방안에 불만을 제기하며 일정 연기와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고, KT는 인접대역 할당에 제약조건을 건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충분한 검토 끝에 마련한 방안이라며 원론적 입장만을 강조했다.
미래부는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강당에서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20일 발표된 LTE용 1.8㎓ · 2.6㎓ 추가 주파수 할당을 위한 다섯개 방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 연구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KT의 기존 1.8㎓ 인접대역 할당을 놓고 3사는 비난전을 이어갔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새로 발표된 방안은 지난 2월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보다도 오히려 후퇴해 결과적으로 KT에게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면서 “KT인접대역의 경매 상정 여부와 할당조건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상무는 “미래부가 인접대역 할당시 내건 제약조건 역시 경쟁사가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KT는 이미 인접대역 확보를 전제로 장비개발을 거의 완료한 상태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대역 자체가 결정되어 있지 않아 할당시부터 장비개발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주파수가 KT에게 모든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시켜 주는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LG유플러스도 경매안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스럽다면서 “일단 3개월의 시간을 두고 납득할 만한 경매방법을 마련하자”며 경매계획을 미루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일방적으로 KT에 유리한 조건의 경매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특혜시비를 경매제도로 감추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투명하게 분석한 뒤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가 새로 제시한 제 4·5안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상무는 “KT가 나중에 인접대역 재할당을 요청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없고, 1+3안인 네 번째 안의 경우 KT가 2888억원만 부담하고도 1조9000억원의 효과를 누리도록 경매방법이 설계됐다"고 말했다. 또 ”5안의 경우에도 “SK텔레콤의 광대역 경매참가가 불가능한 점 등 사실상 KT에 인접대역을 주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에 KT는 “인접대역 할당은 지극히 당연하며 조건을 부과한 것이 외려 부당하다”며 맞섰다. 김희수 KT 상무는 “이용자들에게 조기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공정경쟁을 이유로 제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면서 “인접대역을 확보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경쟁을 촉진하기에 경쟁사 이용자에게도 좋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인접대역 할당으로 주파수 이용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3안과 5안에 찬성하지만 4안의 경우 경쟁사가 담합해 1안이 선택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터주는 셈이라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KT가 인접대역으로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경쟁사들이 대응하는 데 사실상 문제가 없으며 근거없이 부풀려진 과장과 억측 때문에 서비스 개시시기와 지역을 제한하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반소비자적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준호 미래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주파수 할당방안은 국민편익과 산업발전, 공정경쟁, 합리적 할당대가 회수 등을 모두 고려했으며, 광대역 서비스 제공과 경쟁촉진을 위해 사업자들이 원하는 블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특혜 주장을 일축했다.
최 과장은 “사업자 간 경쟁력 열위 부분이 완벽히 해결될 수있다면 경매로 해결되는게 맞으며, 다만 인접대역 문제가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서비스시기 제한이나 로밍의무를 붙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업자들마다 자기들에 유리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데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전문기관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서비스 개시 시점에 대한 조건을 강구했다”고 말했다.
양보없는 줄다리기에 학계는 우려를 표명했다. 홍인기 경희대학교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이제는 방안을 압축해 거기 붙는 조건을 조정해야 할 시기”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계속 평행선만 달릴 뿐이며, 3사가 일단 받아들일 만한 안을 정부가 어떻게든 조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사업자가 가져갔을 경우 다른 사업자가 입을 타격을 줄여줄 방안을 더 다양하게 모색해 봐야 하며, 서비스 개시 시기를 늦추는 것 외에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업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이용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더 나은 보편적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통 소비자들은 주파수 문제의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고 어느 사업자에게 유리한지에도 관심없다”면서 “모든 사업자들이 만족할 안은 나오지 않을 것임에도 과열 양상을 띠면서 소비자 편익은 소외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사무총장은 할당안 중 2G 대역을 반환한다는 조건을 지적하면서 “지금도 2G를 1000만명의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배려로 정책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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