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소비를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중국이 경제성장 모델을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가 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20일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4조위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중국 경제의 투자의존도는 급격하게 높아졌다. 중국 산업통계 제공기관인 CEI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46.1%를 기록, 2011년 45.6% 보다 증가했다. 반면 중국 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현재 37.7%다. 유럽(65%)과 미국(75%)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12.5규획(2011~2015년) 경제정책의 무게를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확대 쪽으로 경제성장 중심축을 전환하는데 두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 3월 중국의 내수 소비 촉진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성장 중심축 전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린이푸 "소비 의존은 나라를 위기로 내모는 것"=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의 투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가계소비 확대 등 경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비를 더 끌어올리는 것은 경제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겸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중국이 소비촉진에 나서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소비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국을 위기로 내모는 것"이라면서 "투자를 많이한 나라 중에 위기에 빠진 나라는 단 한곳도 못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소비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나오는 것"이라면서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아야지만 소비가 가능한 것과 같은 논리"라고 덧붙였다.
주티엔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경제학 교수는 "경제이론을 보면 실제로 소비가 이끄는 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낮은 소비는 해로운게 아니라 되레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가난한데, 이것은 그들이 소비를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생산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악의 경제학'의 저자인 체코의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투자와 수출이 이끄는 성장은 소비가 이끄는 성장 보다 더 질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금융위기 이전의 서방 국가들 처럼 돈을 흥청망청 써버릴 경우 결국엔 위기에 직면해 소비시장이 지금 보다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다수의 중국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목표 처럼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도나 H.J.콱 HSBC 홍콩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견조하게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중은 다른 어느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쿠이즈스 로얄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더 이상 GDP 대비 투자 비중을 늘려서는 안된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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