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기업이 상장폐지 되기 전 낌새를 챈 대주주들은 미리 지분을 처분해 손실을 줄이고, 대신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물량 대부분을 떠안아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 비대칭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진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장폐지와 정보비대칭' 연구 논문을 한국증권학회를 통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폐지 된 232개 기업의 투자자별 매매실적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상장폐지 공시가 뜨고 정리매매가 일어나는 첫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기업의 주가는 각각 -89.68%, -78.82%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주식의 최근 1년 매수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이다. 상폐 이전 1년 동안 누적 순매수 규모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8%, 8.5%(발행주식수 대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일반 투자자들은 '휴지'가 된 주가 손실분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던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대주주들은 상장폐지 3년 전부터 일찌감치 손털기에 나서 피해를 줄였다.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 상폐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30.35%에서 23.45%로 6.90%포인트 줄었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28.70%에서 18.39%로 10.31%포인트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발빠르게 회수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2~3%대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손바꿈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대주주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개인"이라며 "상장폐지로 인한 손실이 대부분 개인들에게 집중되고 있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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