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교수 '상장폐지와 정보비대칭' 논문서 주장
코스닥 상폐 3년 전부터 지분 평균 10.31%P나 줄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기업이 상장폐지 되기 전 대주주들은 미리 지분을 빼내 손실을 줄이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개미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오래 전부터 경영상황을 잘 아는 대주주들은 지분율을 줄여 수익을 보전하고 정보력이 약한 개인들에게 이를 떠넘기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늘려왔다는 것이다.
박진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와 이포상 한국외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장폐지와 정보비대칭' 연구 논문을 한국증권학회를 통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상장폐지 된 232개 기업의 투자자별 매매실적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상장폐지 공시가 뜨고 정리매매가 일어나는 첫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기업의 주가는 각각 -89.68%, -78.82%의 손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주식의 최근 1년 매수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이다. 상폐 이전 1년 동안 누적 순매수 규모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8%, 8.5%(발행주식수 대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일반 투자자들은 '휴지'가 된 주가 손실분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던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대주주들은 상장폐지 3년 전부터 일찌감치 손털기에 나서 피해를 줄였다.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 상폐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30.35%에서 23.45%로 6.90%포인트 줄었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28.70%에서 18.39%로 10.31%포인트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을 미리 알아챈 대주주들은 주식을 팔아 치우고, 이를 모르는 개인들만 주식 매수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발빠르게 회수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2~3%대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손바꿈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해당 기업들의 1%미만 소액 개인투자자의 지분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54.91%, 60.06%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대주주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개인"이라며 "상장폐지로 인한 손실이 대부분 개인들에게 집중되고 있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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