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지구 현장서 '교통·학급과밀' 등 문제 제기하며 발표 방해하기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행복주택이 또다시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13일 오후2시 목1동 주민센터 3층에서 열린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설명회’는 12일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처럼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교통체증과 학급 과밀, 유수지 수해 등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모여든 주민들은 원망 섞인 말들을 토해냈다. 한 50대 남성은 “교통문제는 어떡하고 또 학교는 어떡할거냐”며 “애 안낳는 사람만 입주시킨다는데 이건 말이 안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행복주택을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우리도 행복하고 싶다. 내일부터 세금 안 내겠다. 세금 내기 아깝다”고 소리쳤다.
주민센터 3층에서는 주민들이 붉은 색으로 ‘목동행복주택 결사반대’라고 적힌 어깨띠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주민들 대부분이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를 착용해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마치 집회장소를 연상케했다.
설명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안길석 LH 행복주택처 목동지구단장이 행복주택 정책 개요를 설명하던 중 50대 남성은 "인터넷에서 다 봤고 알고 있으니 우리 질문이나 들으라"며 발표를 중단시켰다. "우리는 (행복주택을 건설)하지 않는 것만 원한다"거나 "계획 입안자 실명을 밝히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다른 주민은 현장에 얼마나 방문했으며 목동 유수지의 수문은 몇 개인지, 유수지 수량이 얼마인지 물었다. 그는 "유수지 바로 옆 공원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괴로워하는데 바로 옆에 집을 지으면 행복이 오겠느냐"며 "탁상행정(으로 대상지구를 결정)한 것"이라고 소리높였다. 또 "목동중학교 한 학급에 몇 명인지 아느냐"며 "2800가구 단지에 학교를 안 짓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만 입주시키더라도 나중에 애를 가지면 어떡할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하이페리온에 거주한다는 50대 주민은 "중학생 딸이 있는데 한 학급당 인원이 40명이고 양천구 전체적으로 학급과밀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 선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고 학급 과밀문제는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교육청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유수지 수해 우려에 대해서는 "유수 용량을 확대하고 기능을 보강해 그 시설을 계속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펌프 용량을 늘리는 등 기술적으로 보완해 복개한 다음 서울시, 소방방재청 등의 검증을 거치겠다"고 보충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는 시범지구 지정 당시 평가기준에 일관성이 없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정호 목동지구 비대위원장은 "공람을 살펴본 결과 18개 항목을 평가했는데, 주 택보급률과 밀실률, 전세가 상승률 같은 10개 항목은 양천구 전체를 대상으로 점수를 매기고 교통여건이나 마트 등 생활환경은 유수지 일대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며 "목동이 76.7 점을 받았는데 점수가 좋게 나올 수 있는 항목만 골라 점수를 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주말이거나 백화점 세일만 했다하면 나가는 데 1시 간 반이 걸린다"며 "제발 직원들이 나와서 직접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지구를 지정할 때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반영하긴 했지만 교통정체 같은 구체적인 부분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시범지구 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고 지구지정이 이뤄지는 7월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오는 19일까지 주민공람을 거쳐 오는 7월 말 지구지정될 예정이다. 이어 11월 말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12월 주택건설사업승인을 받아 건설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길정구 새누리당 의원과 조재현·최진표 양천구 의원, 국토부, LH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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