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갤럭시S4 판매량에 대해 "예상대로 잘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판매 부진설을 일축했다.
최근 피치, JP모건, 모간스탠리 등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며 공세에 나서자 이를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신 사장은 12일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JP모건이 지나치게 높게 기대치를 잡았다가 다시 기대에 못미친다는 전망을 내 놓은 것"이라며 "갤럭시S4는 당초 내부에서 기대한 만큼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이 최근 "갤럭시S4를 비롯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3분기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 목표주가도 하향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주가가 급락하자 진화작업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들이 구체적 근거없이 갤럭시S4 판매량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며 "아직 판매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5억대, 스마트폰 3억대 판매를 내부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부 목표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삼성전자를 공격하고 나섰다. 민첩하게 시장에 적응했지만 혁신자와는 거리가 멀어 현행 A+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모건스탠리는 7100만대로 추정했던 갤럭시S4 출하량을 6100만대로 낮춰 잡는 등 연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공격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TV, 휴대폰 등 각 분야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해왔다"면서 "혁신 없이 민첩한 시장 대응만으로 1등을 할 수는 있지만 1등을 지켜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들이 연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악평을 쏟아내고 외인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 실적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스마트폰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37조원, 영업이익 10조110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17조3000억원으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했다.
이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업체끼리 생존경쟁에 접어들며 2012년에는 이익이 6조원으로 반토막났고 지난해에는 4조원까지 줄어들었다. 3년간 반도체 시장이 부진을 겪으며 총 15개에 달하던 반도체 회사 중 상당수는 사라졌다.
올해 들어 반도체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PC용 D램 실적은 부진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모바일D램의 공급 부족으로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다. D램 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8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수년간 반도체 사업은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과 함께 반도체 부문의 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주가 급락 사태가 1등의 자만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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