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삼성전자 반등 효과를 기대하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빵'한 개인투자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믿을 구석'으로 여겼던 삼성전자마저 외국인 매물폭탄을 이겨내지 못하고 연일 하락하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6거래일간 코덱스 레버리지 ETF만 672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6% 이상 급락하며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보였던 지난 7일 하루에만 2944억원 어치를 담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담은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가 지나친 우려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분석에 동조하고 반사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ETF를 적극적으로 사들였지만 외국인의 반대 행보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7일 이후 3거래일 만에 20조원이 증발했다. 1조2300억원에 가까운 외국인의 매도 폭격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보유율 역시 48.82%로 내려앉으며 지난 2010년 7월13일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는 갤럭시S4의 판매량 우려 등 스마트폰 비지니스 측면에다 이머징 주식비중 조정에 따른 매도 움직임이 결합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흥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통화가치, 채권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가속되고 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상승과 출구전략 등의 이슈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것이 시장전체나 삼성전자의 주가 안정에 전제조건"이라며 "산업적인 이슈 보다는 이머징 및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점 이동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의 트리플 약세가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는 오는 18~19일 진행될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달려있다. 자연스레 시선은 이번 달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게 됐다. 지난 4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과거 대비 높아진 신흥국의 외환보유고와 높지 않은 대외 단기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의 위기가 빠르게 자본이탈 쇼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FOMC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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