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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커쇼는 어떻게 빅리그를 지배했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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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커쇼는 어떻게 빅리그를 지배했나①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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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다저스는 지난해 구단주가 바뀌었다. 기존 프랭크 맥코트 체제에서 구단의 팀 페이롤은 1억~1억 2500만 달러 사이였다. 교체 뒤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부자구단이 됐다. 아드리안 곤잘레스, 칼 크로포드, 조시 베켓 등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대어 잭 그레인키를 영입했다. 올 시즌 개막전 선수단의 총 연봉은 무려 2억 1675만 달러였다. 마크 월터 구단주, 스탠 카스텐 사장, 네드 콜레티 단장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서부의 (뉴욕) 양키스는 다저스다. 그들처럼 왕조를 구축하겠다.”


그러나 성적은 호언장담과 거리가 멀다. 7일 현재 25승33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돈 매팅리 감독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 암울한 분위기에도 예외도 있다. 류현진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다. 특히 커쇼는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93.1이닝을 던지며 5승4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이닝 소화는 경기당 평균 7.18. 온갖 악재를 겪는 팀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시즌이 36%가량 진행된 현재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2.4다. 돈으로 환산하면 1210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 올해 연봉 1100만 달러의 값어치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2011년 WAR 6.6을 넘어설 기세다.

커쇼의 호투요인


커쇼의 호투는 사이영상의 위업을 달성한 2년 전이나 올해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폭주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4.1이닝을 던지며 13승10패 212탈삼진 평균자책점 2.92를 남겼다. 2010년부터 7일 현재까지 700이닝 이상을 던진 빅 리그 투수 가운데 그는 평균자책점 1위(2.48)다. 111경기에 출장해 758.2이닝(경기당 평균 6.84이닝)을 소화했는데 같은 기간 그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진 건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 806이닝),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 786.2이닝), 제임스 쉴즈(캔자스시티 로열스, 766.1 이닝) 세 명뿐이다. 커쇼는 같은 기간 WAR 18.8을 기록했다. 그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 건 벌랜더(22.5)와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필리스, 20.8)뿐이다. 커쇼의 나이가 25세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떤 괴력을 더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성훈의 X-파일]커쇼는 어떻게 빅리그를 지배했나①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커쇼가 수년간 리그를 지배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는 강력한 구위다. 커쇼는 2010년 이후 780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9이닝 당 무려 9.22개다. 같은 기간 7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1위다. 빅리그 타자들이 커쇼의 체감구위를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숨김 동작(Deception)이 좋은 투구 폼 ▲타자들에게 안기는 상당한 직구 위력 ▲리그 최정상급의 변화구인 슬라이더와 커브다.


숨김 동작(Deception)의 중요성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Ba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


전설적인 투수 워렌 스판(통산 363승 245패 평균자책점 3.09)의 명언이다. 타자들이 시속 161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때리는 건 투수의 투구 폼을 보며 “하나, 둘, 셋”하고 리듬감 있게 타이밍을 가져오는 까닭이다. 여기서 타이밍 포착은 ‘하나’에서 이뤄진다. 투수가 공을 손에서 놓는 릴리스 포인트다. 타자는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투수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커쇼의 투구 폼을 살펴보자. 그는 와인드업이 시작된 뒤 빠르고 간결한 테이크 백(Take Back)을 보인다. 여기에 공을 던지는 왼팔을 왼 다리 뒤로 곧잘 숨긴다. 왼팔을 숨긴 뒤 공을 던지는 동작(Throwing)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다. 더구나 오버핸드스로우인 투구 폼은 큰 키(191cm)를 최대한 활용, 높은 타점(High Height)을 만들어낸다. 왼팔을 잘 숨기고 높은 타점에서 빠르고 간결한 팔 스윙을 보이는 셈. 이렇다보니 타자들은 ‘하나’의 타이밍 포착에 상당한 애를 먹는다. 이를 두고 야구 관계자들은 숨김 동작(Deception)이 좋다고 한다.


[김성훈의 X-파일]커쇼는 어떻게 빅리그를 지배했나①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커쇼는 왼손 투수로서 최정상급의 구속도 자랑한다. 2010년 이후 600이닝 이상을 던진 왼손 투수 가운데 세 번째로 빠른 직구(평균 149.6km)를 던졌다. 그보다 빠른 공을 던진 왼손 투수는 데이비드 프라이스(템파베이 레이스, 153.1km),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 149.9km)뿐이다. 사실 커쇼의 직구는 이들보다 더 위력적이라 할 수 있다. 구종가치(Pitch Value)가 무려 74.7인 까닭. 빅리그 투수를 통틀어 2위다. 1위는 리로 81.8이다.


커쇼의 직구 구종가치가 높은 건 훌륭한 숨김 동작과 그것을 극대화하는 엄청난 상하움직임(Vertical Movement)에 있다. 2010년 이후 커쇼의 직구 상하움직임은 28.7cm로 같은 기간 6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위버(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29.2cm) 다음으로 훌륭했다. 상하움직임이 좋은 직구는 타자에게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떠오른단 착시현상을 안긴다. 이 때문에 타자는 공을 때려도 팝 아웃이나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기 쉽다.


상하움직임이 좋은 직구는 낙 폭이 큰 변화구와 함께 사용될 때 엄청난 화학작용을 만들어낸다. 공이 떠오른단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직구에 이어 낙차 큰 변화구가 들어오면 타자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삼진아웃이나 땅볼아웃을 치게 된다. 이처럼 ‘직구는 떠오르고 변화구는 급격히 떨어진다’라는 인식을 타자에게 심어주는 투구를 미국에선 ‘하이 앤 로우 피칭(High&Low Pitching)’이라 부른다. 하이 앤 로우 피칭을 잘 하는 투수로는 커쇼 외에도 리, 콜 해멀스(필라델피아), 위버, 맷 레이토스(신시내티 레즈) 등이 꼽힌다. 이들 가운데 훌륭한 숨김 동작과 직구의 지저분한 상하움직임, 낙차 큰 변화구의 결합으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모범적인 사례는 커쇼와 리라고 할 수 있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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