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0시까지 이어진 간담회...박원순시장 "요금인상 검토"
[아시아경제 김봉수·이현우 기자] 택시 문제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또 다른 난제가 되고 있다. '택시의날'로 지정한 3일 박 시장이 택시 기사들을 만난 자리가 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원순 시장이 선거 때 공약한 것 중에 택시와 관련된 것은 한가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달 내내 일해봤자 20~30만원 번다. 제발 택시 기사들을 살려 달라."
이날 박 시장은 서울시청 신청사 8층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과의 '택시문제 해법 찾기 청책 토론회'로 '택시현장시장실'을 시작했다. 택시기사들은 온갖 하소연을 쏟아냈다. 버스전용차로 이용ㆍ심야버스 노선 확대 반대, 승차거부 단속 완화, 택기 감차, 심야할증시간 앞당기기 등의 얘기가 이어졌다.
박시장은 요금 인상ㆍ택시 기사용 화장실 설치ㆍ단속 정책 변화 등 일부 현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긴 했지만, 다른 문제들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로서의 한계 등 얽히고 설킨 문제들로 인해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진 못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박 시장이 항상 택시 문제에 대해 즉답을 피해왔다"며 호통을 치는 등 불만을 쏟아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박 시장이 선거 전에 찾아와 '나는 누구보다 여러분의 고충을 잘 안다'고 말해 믿었는데 왜 버스나 지하철은 요금인상을 해주고 우리는 안 해줬냐"며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다른 한 개인 택시 기사는 "택시 운전으로 버는 수입은 지금 용돈 정도에 불과한데, (승차거부) 단속은 엄청나게 강하다. 요즘은 순경이 아니라 구청, 시청 직원이 제일 무섭다"며 단속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또 서울시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택시 감차, 택시 기사 전용 화장실 등 휴게시설 확보, 택시 수입 감소를 야기하는 심야버스 노선 확대 반대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진땀을 뺀 박 시장은 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 "조만간 답이 나올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승차거부 단속 완화에 대해서도 "큰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응했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에 대해서도 "택시들이 많이 서는 곳을 골라서 쉼터나 휴게소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응답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법인 택시, 개인택시간에 주장이 다른 부분이 있고, 중앙 정부가 할일이 있다"며 "여러가지 얽혀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깊이 있게 논의해 합의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어려운 입장임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오는 8~9월 내에 택시와 관련해서는 모든 정책을 발표하겠다"며 "시민에게 사랑받는 택시, 택시에 사랑받는 시장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의 택시현장시장실은 이어 이날 오후 신정동 제5충전소에서 법인 택시 업계 관계자 및 기사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한 택시 기사가 심야버스 노선 7월1일 확대 방침에 대해 "계란을 갖고 가서 집어던지겠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버스전용차로 이용 허용, 허위 승차거부신고 문제, 함정식 단속, 임금 결정에 대한 노사 자율권 보장, 1인1차제의 근절, 차령 연장, 시계외 할증요금제 부활 등의 민원도 제기됐다.
이같은 박 시장의 현장시장실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기사분들의 거친 항의와 질책을 들으면서, '내가 쉽지 않은 일을 하겠다고 나섰구나' 하며 잠시 의기소침해기도 했습니다"라며 "그러나 좋은 정책은 공감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화장실 휴게소 같은 생활 속 문제부터, 택시 요금과 감차 같이 큰 문제까지 택시 이해 관계자들과 중앙 정부, 전문가, 시민 여러분들을 모시고 더 많이 소통하고, 협의를 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김봉수·이현우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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