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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버냉키, 구로다 그리고 김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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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버냉키, 구로다 그리고 김중수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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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A-,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B,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C학점."


지난 17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린시펄 글로벌인베스터스의 최고경영자(CEO) 짐 매코건이 매긴 평점이다. 구로다 총재는 2%의 인플레이션 목표 아래 적극적 채권매입(양적완화)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있어서,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 6.5%, 물가상승률은 2.5%에 이를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양적완화 중단(출구전략)에 대해 투명하다는 점에서였다. 드라기 총재는 어떤 출구전략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며 낙제점수를 매겼다.

일주일도 안 돼 평점이 확 바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구로다 총재는 국채금리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돈을 많이 풀고 있어 오르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이어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기대가 커지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튿날 국채금리가 장중 1%로 치솟고 주가는 13년 만에 대폭락했다. 윤전기로 돈을 찍어 풀어댐으로써 금리를 낮추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국채금리 상승이란 암초를 만났다.


버냉키 의장도 시장과 소통이 어긋났다. 같은 날 그는 상ㆍ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섣부른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경기회복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뉴욕 증시가 즉각 치솟으며 화답했다. 문제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거졌다. 버냉키는 몇 달 안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FRB가 9월부터 출구전략에 들어갈 거라는 관측이 곧바로 퍼지면서 증시가 얼어붙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일본 국채금리와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버냉키가 기침하자 글로벌 증시가 감기에 걸린 형국이었다.

5ㆍ23 닛케이 쇼크는 구로다 총재의 오락가락 발언으로 일본은행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다. 한번 꺾인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는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60% 오른 일본 증시를 출렁거리게 할 것이다.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며 내달리던 엔저 또한 속도조절을 받을 것이다.


버냉키-구로다가 초래한 시장과의 불통의 근원적 문제는 국가가 나서 조성한 거품의 한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뿌려 댄 끝에 주가가 오르고 경제도 조금 나아졌다. 대거 풀린 돈을 거둬들일 때가 다가오는데, 돈을 회수하면 탄탄한 실물경제가 아닌 과잉통화가 쌓아 올린 거품이 꺼지며 글로벌 금융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경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아기 젖떼기처럼 쉽지 않은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딜레마다.


이럴수록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필요한 신호를 미리 시장에 보냄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평점은 어떨까. 정부가 추경예산을 짜고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몰아가던 4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사건이었다. 정치권과 경제부처는 김 총재의 독불장군식 결정을 비판했지만, 그는 연초부터 경기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는 일관된 신호를 보냈다. 5월에도 동결에 무게를 둔 발언을 이어가다 덜컥 인하했다. 그가 던진 말에서 동결을 점치던 시장이 당황했다. 정책공조 차원이라는 배경 설명을 비판하는 한은 직원의 글이 내부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개시하면 달러가 강해지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진다. 우리 돈 원화 환율이 오르며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 김 총재는 시장에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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