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3대 급변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개시, 중국의 제조업 경기 급랭, 일본의 아베노믹스 좌초가 그것이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이 세 가지 대형 리스크가 그제부터 고개를 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어제 일본 주가는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 이후 최대 낙폭인 7%나 폭락했다. 미국 주가는 보합권을 지켰으나 유럽 주요국들의 주가는 2% 정도 급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무엇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그제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 증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그는 오는 9월쯤 자산매입 축소를 통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체로 내년 이후로 예상됐던 일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은 바로 달러화 강세, 일본 국채 금리 상승, 주요국 주가 급락으로 반응했다.
어제 발표된 중국의 5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도 비관 심리를 키웠다. 이 지수가 49.6으로, 7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5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주가가 폭락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개시 움직임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일본 국채 매도에 나서게 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채 금리가 더욱 상승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나 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급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는 일본판 재정위기의 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잖아도 대규모 돈 풀기 중심의 아베노믹스가 가격 거품만 일으키고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던 터다. 이런 마당에 재정위기까지 급한 불이 되면 아베노믹스는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물론 FRB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국들 사이에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관한 조율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경제국의 사정은 부차적 고려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당장의 금융시장 불안정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실행이 본격화한 뒤의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잘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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