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평등으로 이민자 고통받으면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정책 기로에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동등하게 대우해 달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북서쪽의 이민자 거주지역인 허스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민자 폭동에 참여한 한 청년이 한 말을 전한 것이다.
13일 69세의 포르투갈 이민자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한 이민자 소요사태는 22일에는 15개 지역에서 차량방화가 발생하고 수 백 명이 복지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대로 보이는 이 청년은 스웨덴 SVT방송에 “우리를 나머지 스웨덴 사람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라고 말했다.
슈피겔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민자 폭동은 경찰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톡홀름 시민단체 메가포넨의 퀘나 소루코 대표도 경찰이 “쥐새끼들, 깜둥이, 떠돌이 일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스웨덴을 복지국가와 질서와 목가적 아름다움을 가진 국가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차량이 불타는 모습은 놀랄 일일지 몰라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스톡홀름대학교 범죄연구소의 예르지 사르넥키 교수는 “허스비 사태는 전혀 놀랍지 않다.이런 소요는 여러번 있었다”면서 “스웨덴에는 허스비 같은 곳이 많으며, 프랑스나 영국 어디에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2011년 폭동이 발생했고 프랑스에서는 이보다 앞선 207년 겨울에 시위가 발생했다.
슈피겔은 폭동이 일어난 원인은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허스비는 인구 약 1만1000명의 도시인데 그중 약 80%가 외국에 뿌리를 둔 이민자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허스비의 외국 출신 비율이 71%이며 소요사태가 벌어진 링커비는 90%라고 전했다.
스웨덴은 950만 인구 가운데 15% 정도가 외국 이주민으로 10년 전에 비해 약 5% 포인트 증가했을 만큼 이민자들이 많아 이민자들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출신국은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아프리카와 아랍이며, 스웨덴은 지난해에도 4만4,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이민자들의 실업률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이민자 거주지역 실업률은 스웨덴 전체 실업률의 두 배 수준이다. 3월 말 현재 스웨덴 전체 실업률은 8.4%다.이민자들의 실업률은 16% 수준으로 대단히 높다.
스웨덴에서 돈벌이가 되는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은 2007년까지 10년 사이에 22%에서 18%로 낮아졌지만, 허스비나 다른 스톡홀름 교외도시에서는 여전히 40%로 높다. 이민자들은 스웨덴 사람보다 일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스톡홀름 교외지역의 학업성취도도 스웨덴 전국과 비교해서도 훨씬 낮다고 FT는 지적했다.
사르넥키 교수는 “일자리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 도시 하층민(urban underclass)들은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믿고 앞날이 창창하지 않다고 느껴 기존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고 진단했다.
메가포넨의 퀘나 소루코대표는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스톡홀름 외곽에서는 중학생 중 거의 절반이 성적 부진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다”면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이 이름과 외모, 심지어 사는 곳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을 매일 본다”고 말했다.
사회인류학자 니나 에드스트롬은 “높은 실업률에 좌절한 이민자 청년들을 생각하면 이번 소요사태는 전혀 놀랍지 않다” 말했다.?
FT는 25일자 ‘인민의 가정에 불났다’는 분석기사에서 이번 사태는 이른바 ‘인민의 가정’(Folkhemmet)이라는 스웨덴 모델의 문제가 생생히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민의 가정’은 스웨덴 사회민주당과 스웨덴 복지국가의 역사에서 중요한 개념으로,사회민주당 지도자 페르 알빈 한손 1928년 평등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스웨덴이 “좀 더 좋은 가정”처럼 돼야 하며, 전통의 계급 사회가 ‘인민의 집’으로 대체돼야한다고 주장한 스웨덴식 사회주의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FT의 주장이다. 1976년 튀니지에서 허스비로 이주한 압둘라크힘(56)은 “부유한 스웨덴 공동체와 가난한 흑인 지역간에는 증오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인 아른 루트(Arne Ruth)는 “인종면에서 허스비는 분리된 도시”라면서 “중심은 코스모폴리턴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전혀 다른이웃으로 간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계획하지 않은 분리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FT는 ‘인민의 가정’은 현재 재원감소로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청소년들의 불평불만의 원인을 ‘인종갈등’이 아니라 ‘경제 불평등’과 ‘스웨덴 공공 서비스의 붕괴’ 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여년간 스웨덴 청년들의 여가할동은 사라졌고 불평등은 증가했으며,개혁정책으로 학교는 사기업의 손에 들어갔을뿐더러, 재원이 부족한 허비스와 같은 도시의 교육의 질은 하락했다고 FT는 강조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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