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요한 페르손 CEO...임금인상 등 근로자 보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진나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의류공장이 밀집한 라나 플라자가 붕괴해 1200명 가까운 근로자 숨지거나 다치면서 방글라데시에서 대량으로 옷을 납품받고 있는 스웨덴 패션업체 H&M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09년 최고경영자(CEO)직에 오른 30대 후반의 카를 요한 페르손 CEO 겸 대표이사의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그는 H&M의 창업자 에를링 페르손의 손자다.
H&M은 2011년 자라 브랜드를 가진 스페인의 인디텍스에 시가총액 기준 최대 패션브랜드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지난해 매출 210억 달러,시가총액 580억 달러를 올린 스웨덴 가족소유 기업으로 여전히 명성이 높다.
페르손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으며 어릴 때부터 방학때는 H&M의 공장과 유통센터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그는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13살 때 훗날 호주 오픈에서 우승할 토마스 요한손에게 6 대 0,6 대 0으로 패한 이후 꿈을 단념했다. 그는 가족 사업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고 런던의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H&M 합류 전에 그는 H&M과 따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01년 국제적인 이벤트 관리회사인 ‘유러피언 네트워크’를 설립했다가 몇 년 뒤 매각했다.
2001년 9.11테러로 사업이 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사업은 9시 출근해서 5시 퇴근하는 게 아니라 24시간 허리가 휘도록 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H&M에 합류해서는 여러 나라의 사업장의 이사로 일하다 영국 리젠트가에 고급브랜드인 ‘COS’ 매점 1호 개설을 도왔다.
그는 4월 말 라나 플라자 사고이후 H&M은 임금인상을 비롯한 근로조건 개선을 담은 안전협약에 유럽의 다른 의류업체와 함께 서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르손 CEO는 최근 스톡홀름 본사에서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단기 트렌드를 따르는 패스트패션 업체이지만 우리는 장기 안목을 가진 재정이 튼튼한 회사인 만큼 많은 자원을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H&M은 패스트 패션 즉 단기 트렌드에 집중하는 업체지만 그는 고집스러울 만큼 장기안목을 고수하고 있고 새로운 개발과 온라인 판매 개시에 시간을 들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민첩한 인디텍스에 견줘 ‘둔하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그는 “값을 올리고 품질을 떨어뜨리며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장기 안목을 갖고 있다”면서 “단기목표는 간혹 장기목표와 총돌하기 때문에 우리는 길게 보았을 때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고 소개했다.
라나 플라자 건물 붕괴로 최저 임금이 월 38달러에 불과한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에서 의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칩시크’(cheap chic)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에서 H&M의 방글라데시 진출과 비즈니스 모델을 옹호했다.
그는 쇼핑을 할 때는 회사가 책임 있게 처신하는 ‘괜찮은’ 회사인가라고 자문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H&M은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래서 H&M은 좋은 선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르손은 “우리는 경영을 잘하고 사내(in-house) 디자인과 중간상이 없으며, 적재적소의 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하고 효율좋은 물류와 비용을 항상 생각하는 등의 공정이 좋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M은 주거지역 공장 이용을 금하는 회사 강령에 따라 무너져 대량 인명 피해를 낳은 ‘라나 플라자’는 이용하지 않았다. H&M은 또 전 세계에서 이 강령의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100명의 인력을 두고 운용하고 있다.
그는 저가 소매업체를 비판하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류업체들은 신흥국의 근로자들을 극빈상태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패스트패션 그룹에는 고가 브랜드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손은 “우리는 한 공장에 있는 20,30,40개 업체 중의 하나일 뿐”이라면서 “고객들이 내는 최종 가격과 상관없이 근로자들의 임금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진도 다 틀리다”면서 “동일 공장에서 중가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데 가격은 10배,20배,100배를 매기는 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페르손은 요즘은 인디텍스에 따라잡혔다는 투자자와 분석가들의 지적을 상대하느라 매우 바쁘다. 페르손은 “나는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스페인 기업과 비교해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면서 “항상 노력해서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디텍스 매장 6000개의 약 절반 정도를 갖고도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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