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회의 하루되 입장바꿔 2조엔 유동성 공급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일본은행(BOJ)이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2조엔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BOJ가 하루만에 갑작스레 대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모습이다. 전날까지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BOJ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상승 출발했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중 4% 이상 급락하고 있다.
BOJ는 이날 오전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년만에 1%선에 이르자 갑작스레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BOJ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조엔에 이르는 유동성을 풀 것이라며 금융기관들에 단기 고정 금리 대출을 제공해 장기 국채 금리 급등에 대응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BOJ는 또 총 8100억엔 규모의 두 차례 채권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BOJ의 발표 내용은 전날 통화정책 결과와 상반된 것이다. 최근 국채 금리 급등은 경기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전날 금리 상승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BOJ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만 키운 결과를 낳았다.
BOJ가 이날 갑작스레 유동성 공급책을 발표한 것은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1%를 넘어선 탓으로 풀이된다.
전날 0.885%를 기록했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1%로 솟구쳤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의 발언이 국채 금리 급등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고용 여건이 계속 개선되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면서도 섣불리 출구전략에 나서면 경기 회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당장 출구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 발언 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확인됐고 이에 뉴욕증시는 하락으로 마감됐다.
여파는 일본 국채 금리에도 이어져 이날 오전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예상 외의 시장 반응으로 일본 국채 금리가 뛰어오르자 BOJ는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다음 날 이례적으로 새로운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전날 일본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BOJ가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키무라 겐조 매니저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것이 채권 시장에는 일종의 쇼크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기자회견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며 "그가 4월에 했던 판단을 답습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국채 금리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험회사 채권 펀드 매니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BOJ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소더 자주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BOJ가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시장 관계자들이 좀더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BOJ는 오는 29일 시장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상승출발했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BOJ 대책 발표 후 혼란에 빠지며 급락반전했다. 현지시간 오후 2시25분 현재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4.8% 급락한 1만4882.37을 기록 중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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