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지연진 기자]엔화 약세는 일본의 축복일까? 불행의 단초일까?
달러당 100엔을 넘는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회복과 이를 통한 매출 증가,주가상승,이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지만 엔화 약세는 일본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해외에서 사는 제품 가격을 높여 수입비중이 높은 소매업종의 수익성을 잠식하고 수입물가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장기금리 인하를 목표로 한 아베노믹스가 장기국채 금리를 올려 금리 인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 대출금리가 오르고 이렇게 되면 투자와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엔저는 일본기업과 일본 경제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로 일본의 모든 기업들이 혜택을 누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수 중심 기업과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별로 혜택을 보지 못한다.
내수 기업은 수입가격이 올라 오히려 손해를 본다.해외 생산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실익이 없다.일례로 미국의 항공기 업체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 ‘드림라이너’의 광섬유 쉘을 생산하는 ‘토라이 인더스트리’는 생산시설의 대부분이 해외에 있어 ‘엔저의 실익’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오히려 수입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백화점과 같은 서비스회사와 소매업체들도 엔저의 고통을 받는다.전체 판매제품의 10%정도를 수입하는 이세탄 미츠코시 홀딩스는 “해외 구입 제품과 풍선처럼 불어나는 연료가격과 소비자 심리에 수입가격이 주는 비용 등의 고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소개했다.
이 회사 오니시 히로시 사장은 “엔이 더 평가절하되면 고객의 구매력에 영향을 줄 것이며,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은 결국 고객들에게 영향을 주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들도 큰 득을 보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엔화 강세를 피해 해외로 설비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사이에 공격적으로 시설을 중국으로 옮겼으나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의 경우 수출용 칩은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어 엔저의 효과를 보지만, 수입부품에 의존하는 TV와 컴퓨터 사업은 마이너스 효과를 보고 있어 엔저의 플러스효과를 반감시킨다.
노무라 증권은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평가절하될 때마다 비금융 업체들의 순익은 0.9%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했지만 실제는 이와는 딴판으로 나와 있다.
엔저의 복병은 또 있다. 바로 벌써부터 나타나는 금리상승 움직임이다.10조 달러 규모의 일본 국채시장은 지난달 4일 BOJ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발표 이후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엔화 약세와 주식 강세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일본시장으로 이끄는 게 정상이다. 이 때문에 BOJ가 대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일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주식시장 활황에 투자자들은 채권을 팔고 나가버렸다. 그래서 국채 수익률은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양적완화 프로그램 발표한 날 0.31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15일 0.920%로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본의 대형 상업은행 3곳은 주택대출과 회사대출 등의 주요 금리를 올렸다. 10년 만기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달 1.35%에서 이달 들어 1.4% 인상됐다. 주택담보금리는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치바은행의 히데토시 사쿠마 사장은 "보통 경제가 개선되면 장기금리는 인상될 수 있다"면서 "면서 지금은 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대세상승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BOJ의 통화완화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그 효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금리상승이라는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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