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아리따움을 운영 중인 김모(45ㆍ여)씨는 최근 고민이 깊다. 불황에 손님이 줄어든 데다 최근 바로 옆 매장에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문을 열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다. 김씨는 "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옆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리따움에서 판매하는 아이오페, 라네즈 등이 비싸 보이는 것 같다"면서 "여기에 세일 공세까지 펼쳐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숍 간에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맹점주만 시름에 잠겼다. 기존 가맹점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매장 확장에만 열을 올리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브랜드 할인을 진행하면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가맹점 유지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가맹점주가 생겨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에스쁘아, 아리따움 등의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한다.
20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올해 들어 매장을 109개 늘렸다. 하루에 한 점포씩 생겨난 셈이다. 에뛰드하우스는 62개, 아리따움은 16개 증가했다. 이니스프리는 2011년 434개에 불과했던 가맹점 수가 753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에뛰드하우스는 320개에서 535개, 아리따움은 1250개에서 1280개로 늘어났다.
브랜드숍들의 공격적인 매장 확장 배경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숍 법인이 다른 데다 성과 위주의 실적 경쟁을 부추기면서 매장 수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 올해 가맹점비(한 점포당 1000만원)만 따져봐도 이니스프리가 11억원, 에뛰드하우스는 6억2000만원, 아리따움은 1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실제로 올해 매장 수를 큰 폭으로 늘린 이니스프리는 1분기에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큰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의 지나친 매장 확장으로 같은 영업구역에, 심지어 옆 매장에 나란히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접한 화장품 브랜드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부근 상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대 주변에는 에뛰드하우스와 라네즈 매장이 나란히 입점해 있고, 아리따움과 에스쁘아 매장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아리따움 매장 관계자는 "올해 1월 이니스프리 매장이 옆에 들어선 이후 손님이 줄고 있다"면서 "이니스프리가 가격이 좀 더 저렴하고 세일 마케팅도 자주 실시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직원 월급 주기도 버겁다"고 푸념했다.
여기에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가 세일 마케팅도 비슷한 기간 동안 실시하면서 판촉 경쟁까지 부추기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13~15일 제품을 최대 50%까지 세일해주는 '해피 빅 세일'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아리따움은 14~16일 20~50% 세일 행사를 실시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같은 회사에 속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동일한 시기에 세일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화장품 프랜차이즈에 대한 모범거래기준 마련을 시사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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