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물가지표 일제 하락..당장 양적완화 축소는 없을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에서 양적완화를 조기 종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물가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4월 들어 미 물가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 가지 정책 목표인 '고용'과 '물가' 중 후자에 초점을 맞출 경우 FRB의 자산 매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하락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0.6% 하락 전망보다 악화된 것으로 PPI는 3월 0.6%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루 전 발표된 4월 수입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5% 하락해 2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PPI와 수입물가지수는 모두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을 예상케 하는 선행 지표들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3월 들어 급락했다. 2월까지 1.3%를 유지했던 PCE 물가지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3월에 1.0%로 뚝 떨어져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PCE 물가지수는 FRB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 지표로 가장 중요시하는 변수다. FRB는 PCE 물가지수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고 있다. 현재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를 더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지난달 나랴아나 코처라코타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하락은 양적완화 확대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적인 매파인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물가 하락과 관련해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 양적완화를 좀더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 대책의 한 종류로 물가를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디플레 대책과 달리 통화량을 유지하면서 상승한 물가를 되돌리지 않고 유지하는 경제 조정 정책이다.
물론 래커 총재는 당시 물가 하락은 일시적이라며 물가가 변수는 되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4월 PPI 하락과 관련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가 너무 낮다"면서도 "FRB가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은 물가 하락이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물가 지표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누구보다 디플레(통화량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둔화되는 현상)를 걱정하는 인물이다. 미 고용 여건이 개선되면서 양적완화를 조기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의 물가 하락과 버냉키 의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단기 내에 양적완화 축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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