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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조선 유희경의 '달빛 계곡'

시계아이콘00분 33초 소요

산이 비를 머금어 물안개 피었네
풀빛 호수엔 백로가 졸고 있네
길은 들어서면서 해당화 아래로 굽어지고
가지 가득 향기 흩어져 휘두르는 채찍처럼 날리네


조선 유희경의 '달빛 계곡'


■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2)=유희경(1545~1636)은 매창의 첫사랑이다. 그의 집은 창덕궁 요금문 앞에 있었는데, 현재 규장각 뒤뜰에 있는 500년 된 전나무가 유희경이 심은 것이라고 전해온다. 그는 천인(賤人) 시인으로 매창과 사랑을 나눈다. 이 시는 강원도 양양에 놀러가서 썼다. 해당화가 가득 핀 늦봄, 비가 오려는지 산이 꾸물꾸물하다. 호수엔 백로가 졸고 있는 고요한 그곳을 말을 타고 지나간다. 길이 굽이치는 곳 위로 해당화가 피었는데 마침 부는 바람이 꽃잎을 뿌려 말채찍들이 번득이는 것 같다. 유희경은 부안으로 잠시 내려와 변산(천층산) 일대의 명승을 매창과 함께 놀러다녔다. 매창은 그와 다닌 곳곳을 디카로 찍어내듯 시를 써서 남겼다. 희경은 그녀와 헤어지며 이런 시를 써주었다. "버들꽃 붉고 예쁜, 잠깐의 봄날/뼛골을 다듬이질해도 옥빛 뺨에 진 주름은 못 펴리/선녀는 외동 베개의 차가움을 못 견뎌/구름비를 타고 자주 내려오건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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