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남일-기현-천수, 그들이 인천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3초

남일-기현-천수, 그들이 인천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왼쪽부터)설기현-이천수-김남일(사진=정재훈 기자)
AD


[인천=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인천 유나이티드는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강팀'으로 분류된 적은 없다. 준우승을 이룬 2005년에도 '돌풍'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시민구단의 열악한 재정 탓이 컸다. 매년 스타급 선수를 보내며 전력 누수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선수단은 20대 초중반의 유망주 위주로 팀을 꾸렸다. 경험과 부족한 자신감으로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자세)‘는 자연스레 떨어졌다. 시즌마다 성적이 널을 뛴 주된 이유다.


올해는 다르다. 시나브로 강팀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2위 FC서울과 전북 현대를 모두 꺾었고,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 등 전통의 강호와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상위 스플릿 진출은 물론 시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까지 가능하단 평을 받는다.

중심엔 '2002 월드컵 트리오' 김남일-설기현-이천수가 있다. 1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3 11라운드 홈경기. 세 선수는 인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동반 출장했다. 김남일과 이천수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설기현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다소 늦은 동시 출격엔 이유가 있었다. 시즌을 온전히 준비한 건 김남일 뿐이었다. 설기현은 동계 훈련 도중 입은 부상이 개막전에서 재발해 두 달간 재활에 몰두했다. 이천수는 1년여의 공백 탓에 3월 말에나 출전했다.


셋은 후반전부터 함께 필드 위를 누볐다. 이천수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세트 피스에선 날카로운 킥으로 제주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36분 날린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설기현은 최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와 선 굵은 움직임을 뽐냈다. 김남일도 노련한 수비와 날카로운 패스로 제주의 최대장점인 미드필드 플레이를 무력화시켰다. 제주 수문장 박준혁의 놀라운 선방 쇼로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에 인천은 리그 2위 팀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남일-기현-천수, 그들이 인천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사진=정재훈 기자)


선수단에 트리오가 끼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천수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설명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전체가 (황)선홍이형과 (홍)명보형의 이름에 의지하며 뛰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느꼈던 것들을 후배들도 느낄 것이다. 당장 지금의 나조차도 (김)남일이형과 (설)기현이형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을 좀 더 끌어올리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신예 이석현은 "초등학교 시절 동경했던 선수들과 같이 뛴다는 게 신기하다"라며 "내 또래 축구선수들 중에선 가장 복 받은 거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에 섰을 때 앞에 기현이형, 옆에 천수형, 뒤에 남일이형이 있으면 마치 꿈을 꾸는 느낌"이라며 "덕분에 경기도 좀 더 자신 있게 치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름값 높은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젊은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베테랑의 존재는 강팀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특히 능력 있는 유망주와 서로 엇박자를 내선 곤란하다. 인천에서 우려될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미드필더 구본상은 "중요한 길목에는 항상 (김)남일이형이 있다"라며 "덕분에 우리에게도 공격 기회가 더 생기고, 좀 더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일은 "본상이가 앞에서 더 많이 뛰어줘 나도 체력적 부담을 덜하다"라고 밝혔다. 훌륭한 신·구조화의 방증이다.


이천수는 "우리가 경기 주도 비율, 득점 기회 창출 등 모든 점에서 기존 강팀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약팀은 강팀을 만나면 아무래도 움츠려들게 되는데, 인천은 어느 팀과도 이기고자 대등하게 경기를 펼친다"라며 "이젠 충분히 강한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경기 뒤 "승점 1점에도 만족해야 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김남일-이천수-설기현 등 베테랑들이 팀을 활기차게 만들어놨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베테랑 세 명이 경기장 안팎에서 열심히 해주고 모범을 보이면서 팀 전체가 발전하고 있다"라며 만족했다. 어쩌면 인천의 올 시즌은 지금부터가 진짜일지도 모른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