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해가 바뀌어도 해결사의 면모는 여전하다.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팀을 구한 활약에 더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향한 도전을 책임진다. 함부르크의 구세주 손흥민이다.
11일(한국시간) 라인 넥카 아레나에서 열린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3라운드 호펜하임과 원정 경기는 손흥민의 독무대였다. 시즌 12호 골과 2호 도움을 차례로 기록하며 4-1 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0-0으로 맞선 전반 18분 오른 측면에서 데니스 디크마이어가 올린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 2명 사이에서 뛰어올라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머리를 떠난 공은 한 차례 바운드된 뒤 골문 구석에 그대로 꽂혔다. 한 달 가까이 침묵하던 득점포를 재가동한 시즌 12번 째 골이었다. 덕분에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11골)를 밀어내고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전반 35분에는 골키퍼까지 제친 뒤 데니스 아오고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지난 1월 27일 19라운드 베르더 브레멘과 홈경기 마수걸이 어시스트 이후 14경기 만에 터진 2호 도움이다.
함부르크는 페트르 이라첵과 루드네브스가 2골을 보태며 케빈 볼란드가 한 골을 만회한 호펜하임을 손쉽게 제압했다. 3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한 선수단은 14승6무13패(승점 48)로 7위를 유지했다. 더불어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6위 프랑크푸르트(승점 50)에 승점 2점 차로 따라붙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뒤집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유지한 셈이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역시 "함부르크는 손흥민 덕분에 유로파리그를 계속 꿈꿀 수 있게 됐다"면서 "오늘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손흥민"이라고 극찬했다.
실제 손흥민은 공격력 부재로 위기 상황에 놓인 팀을 이끌며 시즌 막판 선전을 거듭했다. 지난달 14일 29라운드 마인츠와 원정경기에서는 시즌 10·11호 골을 몰아치며 3연패에 빠진 함부르크를 구했다. 원톱 임무를 부여하고 승부수를 던진 토어스텐 핑크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날 역시 원톱으로 선발 출전, 측면과 문전을 넘나들며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날랜 드리블 돌파와 2선 침투, 동료를 활용한 이타적인 플레이로 제 몫을 소화했다. 멀티 공격 포인트는 화룡점정. 독일 현지 언론들은 활약상을 상세히 보도하며 "손흥민은 함부르크 승리의 해답"이라고 호평했다.
공교롭게도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막판에도 연속골을 터뜨리며 강등권에 허덕이던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킨 경험이 있다. 절체절명이던 하노버96과의 31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끈 뒤 "함부르크를 살렸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어진 뉘른베르크 원정에서는 두 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무승부를 선사한 바 있다. 덕분에 함부르크는 8승12무14패(승점 36)로 최종순위 15위를 기록, 극적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올 시즌 함부르크의 마지막 상대는 정규리그 3위를 달리는 강호 레버쿠젠.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프랑크푸르트가 패해야만 유로파리그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다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승세에 집중력을 더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기적을 노려볼 만하다. 관건은 역시 손흥민의 활약여부. 이날 오른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후반 31분 교체된 점이 변수다. '손세이셔널'의 물오른 기량이 함부르크에 또 한 번 선물을 안겨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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