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많고 개발호재 없어 매매가는 하락세..4·1대책도 효과 없어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집을 사려는 사람은 보다시피 많지 않아요.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요. 11월에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이 벌써부터 전세 구하러 미리 와서 연락처를 남겨놓고 갈 정도랍니다. 전세는 물건이 없어요." (관악구 봉천동 S공인중개소 대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일부 지역에서 80%를 넘어서는 등 주택시장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전세가율 80%에 육박하는 아파트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아파트 중개업소들을 찾아보니 매수하려는 심리는 도통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관악 푸르지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동작구 사당동 '사당자이' 역시 전세 쏠림현상이 심했다. 인근 W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찾는 문의전화가 많지만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봉천동 관악푸르지오의 경우 7일 현재 전용 59㎡의 매매가는 3억2000만원, 전세가는 2억4500만원대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무려 77%에 달한다.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크게 줄어있지만 전세로 살던 집을 내집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진 세입자들은 많지 않다. 관악 푸르지오에 2년째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양 모(32·여)씨는 "아이들이 학교 갈 나이가 되면 교육 여건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지금 살고있는 집을 섣불리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로는 얼마든지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지만 집을 살 때는 오래 지낼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신중해진다. 집은 사는 것도 어렵지만 파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방에서 함께 상경해 살고 있다는 이 모(54·여)씨는 "근처에 대학이 있다 보니 대학생 자녀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올라와서 사는 가구도 많다고 들었다"면서도 "싸다고 해서 지금 집을 살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다른 동네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여기에 내집을 마련해 계속 살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이처럼 높은 전셋값을 주고 살면서도 매수하려 하지 않는 원인은 내집으로 전환한 이후 얻을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가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부동산거래팀장은 "관악구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실수요자들이 위주의 매매가 이뤄지는 지역"이라며 "개발호재가 있어야 매매가 늘어나는데 이 지역은 개발호재나 개발 추진 중인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양도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부동산대책도 이같은 아파트에서는 매매 심리를 호전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봉천동 인근 L공인 관계자는 “매매 가격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이제는 더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며 "신규입주 아파트를 빼면 4·1대책도 약발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년째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다보니 먹고사는 건 둘째 치고 임대료 내기도 어려워 보증금을 다 까먹고 문 닫는 부동산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3일 기준 서울의 전세가율(재건축 제외)은 57.25%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하면 4개월 새 1.89%포인트가 올랐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높은 세 곳은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78%)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78%) ▲관악구 봉천동 관악 푸르지오(77%) 순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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