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법 하다. 장기전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3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접수가 끝난 장기전세주택 잔여공가 82가구 모집에 5195여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6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보증금 및 임대료 현실화 방안으로 논란을 일으켰던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달 진행된 공공 및 재개발 임대주택 잔여공가 1600여가구 모집에서도 7300여명이 지원했다.
이렇게 서민들이 장기전세에 살기 위해 몰려든 것은 내집마련이 쉽지 않은 서민들로서는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여서다. 과거와 달리 주택 품질도 좋아진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소셜믹스 등을 통해 일반 주택과 수준이 비슷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는 공공·재개발·국민임대 등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임대료는 인하하기로 결정, 서민들의 임대주택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은 기존 입주자의 퇴거, 미계약 등으로 발생된 공가다. 총 27개 단지의 잔여공가를 나눠 공급하다보니 단지별 공급량은 평균 5가구를 넘지 않아 경쟁률은 더욱 높았다. 가장 치열했던 곳은 ‘서초네이처힐4단지(59㎡)’로 단 1가구 모집에 535명이 지원, 5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강남권 최고 임대주택으로 평가받는 ‘반포자이’ 내 장기전세주택도 7가구 모집에 65명의 접수를 받아 9.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밖에 공급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던 강일지구 ‘강일리버파크’ 59㎡는 3가구 모집에 363명, 고덕지구 ‘고덕리엔파크2단지’ 59㎡는 2가구 모집에 340명, 서초지구 ‘서초네이처힐5단지’ 114㎡는 4가구 모집에 96명을 모으며 모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눈에 띄는 점은 고령자용 장기전세주택 입주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파파크데일1단지’ 59㎡는 1가구 모집에 48명이 몰렸고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59㎡ 1가구에도 39명이나 지원했다. 이번 고령자용 임대주택의 경우 1~2층 저층에 마련된데다 욕실 및 현관 등에도 고령자에 맞는 설계안이 적용돼 인기가 높았다는게 SH공사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장기전세주택 일반 공급분의 경쟁률도 매번 수십대 1을 넘기고 있다. 지난 2월 양재1단지·서초네이처힐1단지·도곡래미안진달래 등에 공급된 올 첫 장기전세주택 공급분 452가구 모집에 1만여명이 넘게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연말 이뤄진 우선·일반공급에서도 356가구 모집에 1만1000명이 신청했으며 상반기에도 평균 5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기전세주택의 인기는 일반 임대물량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4~25일 공공임대 및 주거환경임대, 재개발 임대 잔여공가 61개 단지 1585가구를 모집한 결과, 총 7349명 신청해 평균 4.6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단지도 61개 중 24개나 됐다. 이중 ‘당산 SH VILL’은 4가구 모집에 412명이 신청, 103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오금현대백조’도 2가구 모집에 119명이 신청하며 60대 1, ‘수서1-1단지’는 4가구 모집에 165명을 모으며 41대 1을 나타냈다. 이밖에 ‘거여3’ 단지는 18가구 모집에 518명이 신청해 신청자 수가 가장 많았다.
시장 관계자는 “매매시장 침체, 전세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월세 전환 등 서민들의 주거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앞으로도 인기가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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