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라크 종파 분쟁이 한층 격화되면서 최근 나흘간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시아파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 소속 군인들이 지난 21일 오전 북부 키르쿠크 지역의 수니파 시위대 거점을 습격하면서 충돌한 후 나흘간 200여명이 숨졌다고 AFP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쿠바이시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현지 의료진은 밝혔다. 이라크 내무부는 주말 예배일인 금요일을 맞아 수니파 모스크 주변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이슬람 교도를 목표로 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정부군은 이날 수니파 무장세력이 장악한 바그다드 북쪽 술레이만 베크 마을을 재탈환했다.수니파 무장세력은 전날 이라크 군경과 치열한 교전 끝에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이 마을을 장악했으며 정부군과 경찰은 모두 철수했다. 당시 교전으로 군인 5명, 무장대원 7명이 숨지고 군인 20명을 포함해 63명이 다쳤다. 그러나 정부군은 이 지역의 부족장들과 협상 끝에 이날 베크 마을로 재진입했으며 수니파 무장 세력은 정부군과 교전 없이 물러났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 무력 충돌은 이라크 정부 소속 군인들이 지난 21일 오전 북부 키르쿠크 지역의 수니파 시위대 거점을 습격하면서 발생했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40㎞ 떨어진 키르쿠크 서부 하위자 마을에서는 군과 수니파 시위대의 충돌로 민간인 53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또 바그다드 북쪽의 술라이만 베크 지역과 바그다드 동북부 칼레스 지역 등 이라크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군은 수니파 무장단체가 먼저 총을 쏴 발포했다고 해명했지만, 수니파 시위대는 군이 먼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의 하위자 마을 무력 진압이 수니파의 반발과 함께 정당성 논란을 일으키자 시아파인 말리키 총리는 '하위자 사건'의 진상 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그는 이날 국영TV에 나와 지난 4일간 정부군과 수니파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고 종파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져 이라크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전체가 종파 분쟁을 끝내도록 단합해야 하며 성직자, 부족장, 언론을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종파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에 단호히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라크에서는 1년여 전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맞물려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참여했던 수니파 각료 2명은 폭력사태에 대한 항의로 23일 사임했다.
팔루자, 라마디 등 수니파 밀집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수니파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수니파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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