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나자 신기술 자료를 빼돌리고 회사에 수십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전자 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최규현 부장판사는 23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LG전자 직원 윤모씨(43)와 박모씨(50)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2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공금 유용방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점,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로부터 산업기술을 유출하는 한편 회사의 약점을 잡고 거액을 갈취하려고 시도한 점, 유용한 회사 공금이 거액임에도 전혀 피해회복이 안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다만 "이들이 빼돌린 산업기술이 경쟁업체 등에 유출돼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공갈의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윤씨 등은 LG전자 시스템 에어컨 사업부의 엔지니어링 기획팀에서 근무하던 기간인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인들 명의로 만든 업체에서 번역 용역을 받은 것처럼 꾸미고 국책카드를 사용해 3억1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또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것처럼 가장해 구입처로부터 결제대금의 70%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3억6000여만원 빼돌리는 등 총 8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들은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 회사에서 감사를 받게 되자 사측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고 에어컨 신기술 자료가 담긴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회사 밖으로 유출했다. 이후 임직원들에게 "우리의 횡령사실이 드러나면 회사 전체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는다", "29억원을 주지 않으면 국책사업 관련 비리와 지경부 고위 임원에 대한 접대 및 로비 내역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협박한 혐의(공갈미수)도 받고 있다.
한편 윤씨 등의 협박 메일 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윤씨 등이 협박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아 수사 착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내사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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