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내증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급기야 190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실적시즌에 대한 부담과 함께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22일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이어진 지루한 박스권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업종별 차별화 양상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할인돼 있는 업종과, 추가경정예산안 및 신정부 정책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지난해 8월 이후 코스피는 1870~2040의 지루한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했다. 2009년 6월 이후의 중장기 상승 추세선은 1900에 위치하며 중요한 지지 구간으로 작용한다. 2009년 3월 이후 코스피 선형 회귀와의 오차값에서 찾는 지수 바닥은 1870으로 박스권 하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박스권 하단 돌파를 위한 절대 변동성 레벨의 증가가 확인되지 않으며, 외국인 주식 매도 탄력을 강화시켰던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됨에 따라 점진적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 코스피는 추가 하락이 제한되며 박스권이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52주 신고가 및 신저가 경신 종목 개수가 동시에 증가하는 이례적인 국면이 지속됐다. 종목군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화는 향후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52주 신저가 종목 개수는 지수 조정 과정에서의 일반적인 정점 수준을 이미 통과하며 감소가 예상된다. 52주 신고가 종목 개수는 추가적인 증가가 가능하나 여력은 제한적이다. 지수 바닥권 통과와 더불어 평균 회귀 현상이 예상되며, 극단적인 차별화 장세가 해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이후 주가가 다중 바닥 형태의 패턴을 보이며 지지력이 확보된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해당 종목군은 삼성전기, KB금융, 대우증권, 대우조선해양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주가의 신뢰도 높은 박스권 하단이 존재하는 종목들이다.
◆강현철·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주식시장이 악화되다 보니 '5월 위기설'이 거론되면서 다음 달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년간 통계로만 본다면 5월 위기설이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5월 위기설의 실체는 3~4월 증시가 강세를 보인데 따른 역기저 효과와 유로존 사태나 일본 대지진 등이 5월 전후에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올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계절적 특수성으로 악재에 많이 노출되는 3월 위기설이 주가에 상당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되며,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04배라는 극단적 바닥권에 위치한 주식시장이 4월을 고비로 회복과정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한다.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PBR 얘기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자괴감도 느껴진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년에 한 번씩 PBR 1배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시장이 바닥에 위치해 있거나, PBR을 빼면 전혀 상승 트리거가 보이지 않을 때, 주가는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2분기부터는 미국 등 선진국 대비 중국 등 아시아 존의 성장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 1분기 중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도 슈퍼추경 효과와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가미되면서 주가의 반등이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할인돼 있는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추경 및 신정부 정책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한다. 비중확대 업종은 IT, 자동차다. IT 업종은 갤럭시S4의 출시 및 D램 가격 상승 등 양호한 기업이익에 따른 주가 상승을 감안했다.
자동차의 경우 엔화 약세, 연비논란, 대규모 리콜, 통상 임금 소송 등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극단적 할인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2분기가 드라이빙 시즌 전 한국 수출 성수기임을 감안한다면, 여러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현 시점에서는 극단적 할인 상황의 정상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 엔화약세와 그 이면에 숨겨진 달러강세라는 조합은 한국으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희생양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엔화약세는 주지하다시피 IT와 자동차 등 주력수출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고, 달러강세로 인한 상품가격의 하락은 국내경제에서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재, 소재 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국내증시의 역사적 경험에서 미뤄 보더라도 산업재와 소재 섹터가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국면에서 한국증시가 레벨업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이는 다시 말해서 미국과 일본의 밀약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한국증시가 세계증시를 아웃퍼폼하는 시황을 기대한다는 것은 여전히 제약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등 신흥국의 투자 사이클과 맞물려 한때 44%에 육박했던 한국증시의 에너지, 산업재, 소재 비중은 현재 25%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그 동안 비중이 많이 하락하기는 했으나 2000년대 중반의 투자 호황이 다시 전개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들 투자관련 섹터의 비중축소 과정은 좀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는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시그널이 나타났다.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저가 종목이 80개를 기록했으며, 장 중 1900선을 이탈했을 당시에는 100개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돼 단기 투매 시그널로서는 충분해 보인다. 특히 에너지, 산업재, 소재 등 부진한 업종이 동반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수의 조정폭을 수평 비교하기는 한계가 있으나 이들 부진한 업종만 놓고 본다면 적어도 지난해 11월 중순 52주 신저가를 기록할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접근할 때, 때로는 나무를 보고 숲을 판단해야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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