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안익수 감독의 '질식수비'가 성남에서도 제자리를 찾는 모양새다. 부산 사령탑 시절 공격축구 일변도의 흐름에 맞서 2년 연속 상위권 진입을 이끌었던 수비 축구가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출범과 함께 한층 치열해진 강등경쟁. 피 말리는 순위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꺼내든 불가피한 전략이다.
부산에서 수석코치로 안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김인완 대전 감독 역시 스리백 중심의 밀집수비 전략으로 경쟁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인천 원정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거둔 뒤 "앞선 경기에서 포백(4-back)을 가동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우리 팀 전력을 극대화 하고 이기려면 스리백이 적합하단 판단을 내렸다"면서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생존전략이다. 긍정적 방향으로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1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6라운드. 성남은 두터운 밀집수비로 전북의 공세를 차단하며 2-1로 이겼다. 개막 이후 여섯 경기 만에 따낸 마수걸이 승리. 그 사이 지난해 6월9일 경남전(2-0 승) 이후 15경기 동안 이어진 홈 무승 징크스는 깨졌다. 하지만 감격적인 성과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름 대세로 자리를 잡은 안 감독의 '질식수비'가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적장인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경기 뒤 "성남이 범한 파울과 옐로카드가 몇 번인지 아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국축구가 수비에만 치중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관중을 모으고 싶다면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수비만 하면 축구의 재미가 사라진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 성남은 현영민-애드깔로스-윤영선-박진포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에 홀딩 미드필더 김한윤까지 수비에 가세, 사실상 5명이 뒷문을 틀어막는 전술을 펼쳤다. 중원에서 거친 파울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후반 90분 동안 23개의 반칙으로 상대의 공격 전개를 철저히 차단했다. 반면 전북은 11개의 파울을 범했지만 정인환과 임유환이 나란히 경고를 받았고 후반 26분에는 박원재가 퇴장으로 물러나 수적 열세에 놓였다. 제파로프가 1개의 경고를 받는데 그친 성남과 대조적인 모습. 번번이 경기 흐름이 끊겨 분통을 터뜨린 파비오 감독대행의 쓴 소리는 근거 없는 이의제기가 아니었다.
다소 강한 비판에도 안 감독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수비 중심의 전술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성남은 앞선 5경기에서 8골을 내주고 3골을 넣는데 그쳤다. 객관적 수치만 보더라도 어디에 무게를 실어야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대전의 사례를 꼽으며 말문을 이어갔다.
"김인완 감독이 주어진 선수단을 활용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했더라. 성남은 공격자원이 빈약하지만 미드필드진은 나름 경쟁력을 갖췄다. 한 골 차로 승부가 갈리더라도 지키는 축구를 구사하며 역습을 노리는 게 효과적이다."
그는 전술 구상에 대한 남다른 철학도 함께 덧붙였다. 안 감독은 "모든 지도자들은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도 "'닥공'과 같은 팀 컬러 역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보유하기에 가능한 결과다. 무조건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 무대에서 우리 팀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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