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엔저 폭탄, 현실로 나타나
무협 1-2월 수출입동향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우리나라 수출품 가운데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품목 절반 가까이의 수출이 올해 들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엔저현상이 한국의 수출 전선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1~2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49개 품목 가운데 절반인 24개 품목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 이 가운데 21개 품목은 지난해까지 수출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마이너스 증가율로 급락한 품목이다. 품목별로는 미가공 금을 비롯해 일부 철강제품, 음성ㆍ영상송수신기 등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이들 품목에 대해 일본의 경우 수출 감소폭이 적거나 일부는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화물선ㆍ화객선의 경우 일본은 지난해 수출이 15.4% 줄었지만 올해 들어 19% 이상 늘었다. 엔진용 부품이나 파이프밸브ㆍ자동데이터처리시스템ㆍ자동차 부품 등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일제히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의 10대 수출품으로 꼽히는 석유제품이나 자동차ㆍ기계류 등이 직접 타격을 입었다.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은 수출증가율이 작년 43.9%에서 올해 -0.7%로 떨어진 반면 일본은 -41.8%에서 4%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디젤 중형승용차의 경우 한국은 작년 59.5%의 수출증가율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오히려 11.8% 줄었다. 일본은 반대로 지난해 전년 대비-36.3% 증가율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12.3%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수출이 늘었던 1000cc 이상 모터싸이클은 올해 들어 36% 이상 수출이 줄었다. 반면 일본은 올해 들어 19% 이상 늘었다. 특히 제3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핵심 요소인 철강과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에서도 작년과 올해 한일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휴대폰 부품을 비롯해 가정용 전자기기ㆍ전기회로ㆍ항공기 부품ㆍLCD 등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49개 경합 품목은 세계관세기구가 분류하는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겹친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저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일간 수출경쟁품목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기술 우위에 있는 제품도 일본과 격차가 크지 않아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기전자 등 일부 수출품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처지"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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