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이 98% 입니다. LG의 기술을 빼돌리긴 커녕 우리 기술을 가져갈까봐 그게 걱정입니다."
지난 10일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미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그룹 주요 사장단에게도 같은 내용을 설명한 뒤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시장에서 9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삼성디스플레이와 이제 막 OLED 시장에 진출해 시장점유율 1%도 채 되지 않는 LG디스플레이의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느끼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삼성은 지난 2009년부터 휴대폰에 OLED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도 주요 제품은 모두 OLED를 사용한다. 해외 스마트폰 업체에도 OLED를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하고 있다.
LG는 삼성이 OLED 양산에 나설때 LCD로 대응해왔다. OLED에 대한 단점을 부각시키며 LCD가 여전히 화질에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이 월등한 기술경쟁력을 부각시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종횡무진 했을 때다.
하지만 올해 초 LG전자가 대형 OLED 패널을 채용한 OLED TV를 기습 출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2년간 누가 먼저 대형 OLED TV를 출시하는지 불꽃튀는 경쟁에서 LG전자가 먼저 승기를 잡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 보다 먼저 OLED TV를 출시하겠다고 내내 강조했지만 결국 '세계 최초' 타이틀을 넘겨줘야만 했다.
결국 98%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갖고도 1%도 채 안되는 LG전자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다.
삼성 내부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대형 OLED 역시 소형 OLED와 큰 기술 차이는 없다. 공정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09년부터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대형 OLED TV를 먼저 출시한 LG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내부에서는 아예 대응하지 말고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반격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98%의 시장점유율을 갖고도 1%가 채 안되는 LG에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삼성에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긴 것이 못내 아쉽고 분한 이유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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