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동산 재벌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홍콩ㆍ싱가포르의 부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부터 빠져나오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에 '꼭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최근 소개했다.
홍콩ㆍ싱가포르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콩의 부동산 투자업체 뉴월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호텔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중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호프웰, 그레이트이글홀딩스도 자산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홍콩의 경우 지난 4년 사이 주택 가격이 120% 올랐다. 상업용 토지는 90% 이상 상승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시장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홍콩 정부는 주거용 부동산 취득시 납입해야 하는 인지세 세율을 두 배인 8.5%로 높이기도 결정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각종 부동산 시장 억제책을 펼치고 있다.
홍콩ㆍ싱가포르의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킨 요인은 3가지다. 첫째, 서구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찍어낸 돈이 아시아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겼다는 것이다. 둘째, 자국 경제의 성장으로 큰 돈을 만지게 된 중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다변화의 일환으로 홍콩ㆍ싱가포르 자산시장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그 동안 홍콩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유층은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로써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자 홍콩ㆍ싱가포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서구의 양적완화(QE) 같은 통화정책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결국 시간 문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꼭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 금리가 매우 낮다. 그러나 임대 수익률은 6% 정도다. 홍콩 부동산의 임대 수익률은 3%다. 홍콩 부동산 시장이 고평가돼 있음은 분명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한 '큰손들'의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갈까. 주식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조너선 가너 투자전략가는 "그 동안 홍콩의 부동산 가격과 주식시장이 공조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2만2300대에 머물고 있는 항셍지수가 저평가된 것"이라며 "항셍지수가 오는 2015년까지 5만선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경우 주식시장마저 폭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투자는 아닐 듯하다.
포브스는 홍콩ㆍ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한 큰손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 돌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저개발국의 채권ㆍ부동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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